이미지 크게보기 경기 과천시의 아해박물관 자연숲에서 어린이들이 가오리연날리기 체험을 하고 있다. 아해박물관 제공

‘체험숲 존치’서명운동

과천 뉴스테이 사업 부지 포함
전체 부지중 건물만 존치 결정
제외 요구에 LH ‘불가’ 입장

우리나라 문화예술계 인사 1만6000여 명이 국내 유일의 전통놀이 유물 박물관인 경기 과천시 주암동의 ‘아해어린이박물관’ 살리기에 나섰다. 지난 2011년에 개관, 연간 6만여 명이 찾는 아해박물관은 전시관(997㎡)과 어린이 학습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자연 숲(1만2000여㎡)으로 구성돼 있다.

문제의 발단이 된 것은 과천 뉴스테이사업(현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사업)이다. 아해박물관 전체 부지가 개발사업에 포함돼 박물관이 폐관 위기에 처하게 되자 아해박물관 관계자는 수차례 국토교통부를 찾아가 박물관 부지를 개발사업지구에서 배제해 달라고 요청했고 국토부가 이를 일부 수용해 현재 숲을 제외한 박물관 건물만 존치키로 결정돼 있는 상태다.

그러나 아해박물관의 문미옥 관장은 “콘크리트 집에서 전자파에 싸여 노는 아이들이 숲 속에서 전통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박물관을 개관했다”며 “아해박물관 중 숲을 빼앗아가면 전통놀이 전문 박물관을 운영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호소하고 있다. 박물관 관계자도 대부분 “정부가 세금으로 조성해야 할 체험숲을 지원은 못할망정 오히려 개발의 삽으로 제거하려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3일 박물관 관계자들에 따르면 ‘아해박물관 체험교육숲 존치’ 서명운동은 2016년 시작돼 한국박물관협회, 사립박물관협회, 경기도박물관협회 등 박물관과 어린이교육관련 학회, 협회, 교사단체, 문화원 등 13개 단체가 서명에 참여, 현재 서명 인원만 1만6000명을 넘어섰다.

조선 시대와 근대 어린이들이 사용한 놀잇감 유물 70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는 아해박물관은 국립박물관에도 없는 전통놀이 유물과 태교·유아문화 자료, 조선 시대 어린이 의·식생활사 유물 3000여 점 등 1만여 점의 전통놀이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또 박물관 옆 숲에서는 황토 염색놀이와 두더지 굴 관찰, 공기놀이, 비석 치기, 그네놀이, 칡공 만들기, 윷 만들기, 전통 쌍줄다리기 등 전통놀이를 할 수 있다. 그러나 LH(한국토지주택공사) 측은 “박물관 임야는 존치 대신 근린공원 조성 예정”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2016년 대전시 옛터민속박물관의 경우 마찬가지로 부속부지 수천 평이 수용위기를 겪었으나 박물관 측 진정이 받아들여져 수용에서 제외된 바 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