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美北정상회담 내년초로 지연
유럽정상들 ‘CVID’ 원칙 고수
김정은 답방·종전선언 미뤄질듯

속도감 있는 미·북 협상과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연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성사시킴으로써 한반도 평화체제의 기본 토대를 구축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전 전제조건으로 생각했던 2차 미·북 정상회담과 종전선언은 내년으로 연기되는 분위기다. 대북제재 완화 여건 조성을 위한 문 대통령의 10월 유럽 순방 역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국가들이 선 비핵화 후 제재완화 입장을 분명히 함으로써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22일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 본격 추진 시기는 미·북 협상과 관련이 있다”고 말해 이 같은 상황 인식에 공감을 표시했다. 미국에서는 2차 미·북 정상회담이 내년으로 넘어가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지만, 청와대에서는 여전히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방문을 기대하는 기류다. 청와대는 2019년 1월 10일 이전에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내년 연초로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조정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고 보지만, 더 늦어지는 것은 곤란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겠다’며 원칙론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미·북 협상 전망도 불투명한 상태다. 따라서 내년 초 미·북 정상회담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이후에도 후속 미·북 회담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다다음 주쯤 미·북 고위급 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이 있지만 협상이 순조롭게 이어질지는 여전히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이 많다. 이처럼 미·북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 빠지면 제재 완화, 종전선언, 남북 경협 등에서 특별한 성과를 내놓아야 할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미뤄질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연내에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13~21일까지 유럽 순방 기간 대북제재 완화 메시지를 계속 내놓았다. 하지만 유럽 정상들은 6·12 미·북 정상회담 이후 한동안 등장하지 않았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CVID) 원칙을 강조하는 등 북한에 대한 불신이 여전함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