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조 투입… 최대 사업으로

부실징후 기업의 경영정상화 등 주로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공공기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최대 사업이 가계부실채권을 정리하는 개인 채무조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시혜성 빚 탕감 등 정책 목적에 휘둘려 기관의 목적이 전도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19일 캠코가 국회 정무위원회 성일종(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사업 실적 가운데 ‘가계부실채권 인수’가 2조985억 원으로 가장 많은 재원이 투입된 최대 규모의 사업으로 확인됐다. 다음으로 국유재산 관리 차원의 수입금액이 1조3618억 원으로 나타났고, 체납정리 7002억 원, 기업구조조정 지원 5186억 원, 국·공유지 개발 투자 1765억 원 순이었다.

올해 사업 역시 가계부실채권 인수가 가장 큰 규모의 사업으로 계획됐다. 캠코는 금융소외자 지원의 일환으로 가계부실채권을 지난해의 2.8배(178%) 많은 5조8341억 원을 인수할 계획이다. 반면, 기업구조조정 지원을 위한 채권 인수는 8845억 원에 그쳤다.

금융소외자 지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 실천을 위해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장기소액 연체자 재기지원 방안’의 하나다. 금융회사 부실자산의 효율적 정리를 촉진하고 부실징후기업의 경영정상화를 지원한다는 캠코의 설립 목적과 달리 정부의 정책 목표에 따르다 보니 일반 가계부채 관리가 주 업무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캠코 관계자는 “큰 틀에서 보면 부실채권 전반의 관리를 전문성을 갖춘 캠코가 담당하는 것”이라며 “가계부실채권은 연초 국민행복기금을 정책적으로 캠코에서 직접 인수하도록 바뀌면서 올해 잠시 인수액이 커진 것으로, 실제로는 점차 줄여 나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성 의원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빚 탕감 공약을 이행하고자 법적 근거가 부족한 개인 채무조정 업무를 지속적으로 맡고 있다”며 “기관의 성격이 주객전도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