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낙중 기자 sanjoong@

- 제인 하먼 우드로윌슨센터 소장

‘北核리스트 신고 미뤄둔 채
영변核 폐기-종전선언 교환’
트럼프, 절대 수용해선 안돼

사찰 동반된 비핵화가 목표
北풍계리 폭파는 선전·선동

미국 싱크탱크 우드로 윌슨 센터의 제인 하먼(73·사진) 소장은 18일 “현재 국면에서 대북제재 완화는 실수(mistake)가 될 것”이라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중재안을 수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강 장관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리스트 신고 유예 뒤 영변 핵시설 폐기와 종전선언 맞교환’을 제안했다.

지난 17일 아산정책연구원과 공동으로 주최한 전문가 좌담회 참석을 위해 방한한 하먼 소장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대북제재를 완화한다면 북한 비핵화를 위한 인센티브(유인책)를 갖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하먼 소장은 지난 5월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폭파에 대해 “사진촬영용(photo-op)이자 일종의 선전·선동(propaganda)”이라고 평가하면서 “남·북·미·중·일 5개국이 먼저 대북정책 어젠다를 일치시켜야 하고, 우리는 핵 리스트 신고 등을 포함한 진지한 사찰(inspection)이 동반된 비핵화가 목표여야 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면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

“북한에는 천주교도가 매우 적다. 게다가 북한은 매우 끔찍한 인권 기록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교황 방북이) 어려울 수도 있다. ”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가 17일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만을 표하는 등 한·미 간 불협화음이 잇따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톱 어젠다는 통일이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의 어젠다는 북한 비핵화라는 점에서 한·미 간 의견이 같지 않다. 해리스 대사가 이 점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최소 5개의 다른 어젠다가 존재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정권 생존이 가장 중요하며, 핵은 최상의 보험이다. 김 위원장이 핵을 포기하고 경제를 개방한다면 아마 (정권 붕괴 뒤 피살된)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처럼 매우 취약해질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어젠다는 최소한 자국 영토에 핵무기를 운반할 수 있는 북한의 장거리·중거리 미사일 개발 방지다. 중국의 경우는 북핵 봉쇄다. 각 당사자의 불만이 협상 성공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먼저 이해관계를 일치시킬(align) 필요가 있다.”

―복잡한 이해관계를 어떻게 일치시킬 수 있을까.

“톱-다운(정상회담과 같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방식)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바텀-업(실무급 협의 뒤 정상급으로 올라가는 방식)도 필요하다. 바텀-업에는 2가지 차원이 있는데, 먼저 높은 협상력을 가진 전문팀들이 북핵 능력에 관한 기술적이면서도 구체적 언어를 만드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국내 지지다.(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사랑에 빠졌다 할지라도 또 하나의 기분 좋은 (미·북) 정상회담으로는 문제가 해결이 안 된다.”

―유럽을 순방 중인 문 대통령은 제재 완화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지금 제재를 완화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다. 주의 깊게 비핵화 단계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부 제재는 해제할 수 있을 것이다. ”

―핵 리스트 신고가 북한이 취해야 할 첫 번째 조치여야 한다는 의미인가. 문재인 정부는 핵 리스트 신고 유예를 담은 중재안을 미국에 제시해놓은 상황인데.

“핵 리스트 신고가 먼저다. 문재인 정부는 통일에 더 초점을 두고 있고, 비핵화를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높은 우선순위에 두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북한이 지금처럼 핵을 보유한 상태에서 무역을 하려 한다면 북한은 어떤 세이프가드(안전장치)도 없는 핵보유국이 될 것이며, 지속적인 위협으로 남을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중재안을 받아들일까.

“수용해서는 안 된다. 북한은 핵 능력을 계속 개발하고 있고, 북한이 핵실험장의 갱도 2곳을 폭파한 것이 핵 능력 감소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더 이상 이 시설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폭파 행사는 사진촬영용에 불과하며, 일종의 선전·선동이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