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들 담합에 냉가슴만
“불만 제기땐 취직 힘들어
비리사항 알릴 엄두 못내
일부 교사는 협박도 당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전사연) 말고도 사립유치원장들 사이엔 수많은 ‘담합(카르텔)’이 있어요. 근무 처우나 유치원에 대한 불만이라도 꺼내면 곧바로 ‘교사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가 취직도 어려워집니다.”

비리 사실이 적발된 사립유치원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사립유치원 원장들 간 담합 등 폐쇄적 구조 때문에 그동안 내부 비리가 외부로 알려지기 어려웠던 구조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18일 서울의 A 사립유치원에 근무하는 한 교사는 “내부 교육과정이나 비리사항, 처우, 근무 환경에 조금이라도 불만을 제기하면 해당 교사가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원장들 사이에 공유되고 사실상 같은 연합 소속 유치원은 물론 업계 자체에서 취직이 힘들어진다”고 밝혔다.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유치원 교사 채용 시장에서 철저히 ‘갑’의 위치에 있는 데다 내부 불만을 제기한 교사의 이름을 ‘블랙리스트’에 올리면 같은 연합회 소속 유치원에선 사실상 취직이 힘들어진다는 얘기다. 이 교사는 “유아교육학과를 졸업한 학생들은 국공립유치원 시험을 치르지 않을 경우, 대부분 사립유치원에 취직해야 하는데 국내 유명 대학교 유아교육학과 교수들부터 원장·이사장 등이 다 사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B 사립유치원에 근무하는 교사는 “비리 유치원 명단이 공개되며 대표적으로 한유총, 전사연 등이 크게 국민적 비판 대상이 됐지만, 연합회 소속도 아니고 비리 유치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곳 중에도 여전히 비리 사실을 감추기에 급급한 곳이 많다”며 “원장들 간 사적 모임 등에서 정보를 공유하며 업계 담합이 쉬운 구조”라고 비판했다. 경기도 내 다른 C 사립유치원에 근무하는 교사는 “현장학습 비용이나 근무 초과수당 지급을 놓고 불만을 제기했던 한 동료 교사는 ‘블랙리스트’로 유치원 측의 협박을 받다가 결국 다른 지역으로 옮겨 새로운 유치원에 취직해야 했다”며 “교사들 사이에선 임금, 근로, 교육비, 현장학습비 등 문제가 쌓여 있는데 ‘왜 아직도 여긴 조용하지’라는 반응이 더 많다”고 털어놨다.

한편, 그간 감춰져 있던 사립유치원의 폐쇄적 운영 방식 등이 알려지면서 학부모들은 “이번 기회에 일선 교사들의 처우가 개선돼야 아이들이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17일부터 일부 사립유치원 주재 간담회에 참석한 경기 화성 일대 유치원 학부모들은 이번 주 간담회에서도 유치원 정상화를 외치고 있다. 오는 20일엔 경기 화성 동탄 일대에서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일부 유치원은 과거 비리를 ‘단순 착오나 실수’로 해명하며 학부모, 교사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는 실정이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