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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원 농협중앙회장

“앞으로 농협은 농기계 대행사업 체제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생산비를 줄여 농가소득을 높여주는 길입니다.”

김병원(사진) 농협중앙회장은 지난 12일 충남 예산 삽교농협 경제사업장에서 ‘수확기 범농협 집중 일손돕기 발대식 및 밭작물 농기계 전달식’을 마친 뒤 기자간담회에서 “농협이 그간 돈을 많이 벌었으니, 이제는 농민에게 써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김 회장은 “현장을 다니다 보면 공통으로 가장 큰 문제로 꼽는 게 일손 부족”이라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농기계를 사서 농협이 일손을 대행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논농사는 그래도 95% 농기계로 하는데, 밭농사는 농기계 이용률이 40%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농협중앙회는 이날 300억 원 상당의 밭작물 농기계를 전국 1009개 농·축협에 지원했다.

김 회장은 농기계 지원이 ‘농가소득 5000만 원’ 목표 달성의 열쇠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김 회장에 따르면 밭농사를 지으며 고랑을 칠 때 포크레인을 불러야 하는데, 1시간에 20만 원을 줘도 구하기 힘들다. 하지만 농업용 로더(Loader) 한 대만 있으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예전에는 과수원에서 가지치기하고 나오는 나뭇가지를 다 불태웠지만, 파쇄기가 있으면 잘게 부숴 퇴비로 재활용할 수 있다. 그는 “생산비 중 농기계 투자비용이 20%를 차지한다”며 “농기계 지원으로 생산비를 줄여주면 자연히 소득 증대로 이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는 지난 4월 1차 지원 때보다 지원 방식도 업그레이드했다. 당시엔 농협중앙회에서 5가지 기계를 일괄 선정해 내려보냈다. 반면 이번엔 지역별로 필요한 농기계를 신청하면 구입비를 지원해줬다. 또 지역 농협에서도 농기계 구매 자금을 보태게 했다. 올해 농협중앙회 농기계 지원은 총 520억 원 상당이었지만, 지역농협 추가분을 합치면 800억∼900억 원에 달한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김 회장은 “5년 목표를 갖고 농기계 대행사업을 진행하는 전초작업 차원에서 농기계 공급을 시작했다”며 “내년에는 중앙회에서 600억 원을 사업계획에 반영했고, 지역농협도 총 600억 원을 맞춰 총 1200억 원 규모 프로젝트로 키울 방침”이라고 역설했다.

이 같은 ‘매칭 펀드’ 방식으로 농기계 구입비를 조달하다 보면, 아무래도 지역농협의 수익은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김 회장은 이를 농협이 당연히 감수해야 할 몫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는 “올해가 농협 창립 57주년인데, 이제는 농민에게 돈을 쓸 때가 됐다”며 “농가소득 증대야말로 농협의 존재 이유”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다만 “농기계를 사면 지역농협의 고정자산으로 장부에 잡히게 된다”며 “농협이 무상으로 농가에 농기계를 지원하되, 감가상각에 해당하는 저렴한 수수료는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회장은 농협 차원의 대북 경제협력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미국이 대북 경제제재를 풀었을 때를 대비해 이러이러한 것들을 준비해보라’고 주문해 내부적으로 자료 연구를 하는 수준”이라며 “제재가 풀리면 농업 분야에서 북한에 무엇을 가장 먼저 지원해줘야 하느냐고 묻길래 ‘토양개량이 1번이고, 그다음이 종자, 기술이전 순’이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예산=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