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한국 스릴러인가

“피 튀기는 잔인한 액션 탈피
심리 파고드는 테크닉 인상적”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현장에서 만난 편집자나 비평가들은 아직 세계 시장에 소개된 작품의 수가 많지 않아 ‘K-스릴러’의 특징을 규정할 순 없지만 사건 중심의 영미권 스릴러나 최근 몇 년간 전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무거운 북유럽 스릴러와는 또 다른 ‘새로운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언제나 새로운 ‘빅 타이틀’에 목마른 세계 출판 편집자들의 눈엔 스릴러라는 익숙한 장르이면서도 기존 스릴러에 없던 새로운 요소를 갖고 있는 K-스릴러가 대단히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2015년 정유정의 ‘7년의 밤’을 출간해 이 작품을 그해 독일 유력지 ‘디 차이트’가 선정한 올해의 ‘범죄소설 톱 10’에 올려놓은 우니온 출판사의 루시우 레이테스 대표는 “흔히 스릴러라면 서스펜스에 피가 튀고, 사람을 죽이는 잔인한 액션이 중심인데 정유정의 작품은 사람 심리를 파고드는 문학적 테크닉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내년 4월에 ‘종의 기원’ 이탈리아 판을 내놓는 장이아코모 펠트리넬리 출판사의 편집자 파비오 무치 팔코니도 “독자에게 익숙한 스릴러에 죄의식 같은 문제를 풀어가는 새로운 스릴러”라고 말했다.

지난달 ‘설계자들’ 스웨덴판을 낸 사우스사이드 스토리 출판사의 한스 올로브 외베르크 대표는 “유럽의 스릴러 전통에 비춰보면, 김언수의 작품은 스릴러지만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능력이 뛰어난 문학성이 높은 작품”이라고 했다. 디 차이트와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에 범죄 소설 칼럼을 쓰는 독일 범죄소설계 최고 비평가인 토비아스 고리스도 유럽식 스릴러와는 다르고, 장르 소설이면서도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 죄의식 등에 천착하는 문학적 깊이가 뛰어나 대단히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스릴러라는 점에서 익숙하게 다가가지만, 막상 읽으면 그 안에 매우 새롭고 낯선 세계를 만날 수 있다는 말이다. 한편 또 다른 편집자는 아시아 문화권에서 중국, 일본과 달리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낯선 한국에 대한 관심도 한몫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