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속도, 허가속도 보다 빨라
식약처장이 수입·공급 등 전담
허가·인증 예외… 비용 지원도

정부는 희귀·난치성 질환자들의 치료 기회 확대를 위해 신약뿐 아니라 첨단의료기기와 관련된 규제도 풀 방침이다. 희귀·난치성 질환자에게 긴급히 쓰일 필요가 있지만, 국내 공급이 어려운 의료기기에 대해 국가가 주도적으로 신속히 공급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1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희소의료기기의 신속 사용을 위한 의료기기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상희(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로 국회 상임위 법안소위에 상정돼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개발되고 있는 첨단의료기기는 국내의 희귀·난치성 질환자 등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데 제품이 개발되는 속도가 국내에 수입 허가되는 속도보다 빠른 상황이다. 국내 수요 부족으로 의료기기 수입자가 없는 경우에는 국내 환자들의 첨단의료기기 접근성이 제한돼 첨단의료기술 혜택을 받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아울러 환자 치료를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돼야 하나 수입을 통해서만 국내에 공급되고 있는 의료기기의 경우 업체에서 채산성 등을 이유로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면 많은 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실제 아픈 아들을 위해 ‘정보기술(IT) 의료기기’를 만들었다가 되레 고발당하거나, 소아용 인조혈관을 공급하던 미국 의료기기 업체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해 논란을 낳기도 했다.

이에 따라 희귀·난치성 질환자들에게 긴급하게 사용될 필요가 있는 의료기기 중 국내에 대체제품이 없는 경우, 또는 국내에 허가됐다가 시장 기능이 올바로 작동하지 않아 공급되지 않는 의료기기의 경우에는 국가가 주도해 공급할 방침이다. 해당 의료기기를 환자들에게 보다 적기에 공급할 수 있도록 식약처장에게 의료기기의 수입·공급 업무를 맡기는 식이다. 또 희소·긴급도입이 필요한 의료기기는 기존 허가·인증 절차에서 예외를 적용하고 비용 지원도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식약처는 이와 관련해 어린이용 인조혈관·생체재질 인공심장 판막 등을 희소의료기기로 지정했다. 희소의료기기는 의료기기 공급이 중단될 경우 환자 치료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는 의료기기다. 국내 희귀·난치성 질환자 치료에 필수적이지만 시장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의료기기가 제때 공급될 수 있도록 하려는 조치다. 희소의료기기로 지정된 제품은 임상시험의 수가 적어도 허가·심사 자료로 인정된다. 허가·심사 자료가 되면 신속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희소의료기기 대상으로 선정된 제품은 대한소아심장학회 등 의료계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을 거친 어린이용 인조혈관, 생체재질 인공심장 판막, 심혈관용 기계 기구, 횡격신경전기자극장치, 혈관용 스텐트, 뇌혈관용 스텐트 등 31개 제품이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