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처참한 화재 현장 8일 오전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 고양저유소에서 소방 관계자들이 화재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7일 소방헬기가 고양저유소 상공에서 진화작업을 하는 모습. 김선규·김낙중 기자 ufokim@

저장 휘발유 266만ℓ 태워
오늘 새벽 4시 완전히 꺼져

초기진화 실패로 피해 확대
현장감식 오늘로 당겨 실시
송유관工事·점검 여부 조사

경기 고양시 대한송유관공사 저유소 탱크 화재가 17시간 만에 진화됐지만, 화재 자동감지 장치와 자동 소화 설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를 조사 중인 고양경찰서는 저유소 주변 CCTV 화면을 확인한 결과, 외부적인 요인이 없는 것으로 보아 화재가 탱크 내 유증기 폭발이나 전기장치 스파크 등 내부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8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 가스·전기안전공사 등과 함께 현장감식을 벌였다.

경찰은 저유소 관리 직원들을 상대로 송유관 공사를 벌였는지와 정기적으로 시설점검을 했는지 등 과실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현장 감식은 이날 중 실시하지 않을 예정이었다가 오후 2시에 실시하기로 했다가 다시 오전 11시로 변경되는 등 3차례나 바뀌어 혼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화재 자동감지 센서와 자동 소화 설비 등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초기 진화에 실패하고 화재 규모가 더 커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입구에서 100여 대의 소방차가 대기하고 있었지만 상당량의 유류가 연소될 때까지 유류 화재용 진압액을 집중 투입하지 못한 것이 진화를 더디게 했다. 화재가 장시간 계속되면서 경기 고양과 서울 은평·마포지역 주민에게는 창문을 열지 말고, 외출을 자제하라는 내용의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됐다. 저유소 인근의 창릉천 수질오염 예방을 위해 방재둑이 설치되는 등 2차 피해도 우려된다.

이날 화재로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저유소에서 멀리 떨어진 서울 잠실 등에서도 검은 연기가 관측될 정도로 하늘을 뒤덮어 대기를 오염시키고 폭발음과 그을음 냄새로 인근 주민들이 불안에 떨거나 밤잠을 설쳐야 했다.

7일 오전 10시 56분쯤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옥외탱크 14기 중 하나인 휘발유 탱크에서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불이 난 유류 탱크 1기에 있던 휘발유 440만ℓ 가운데 연소된 유류(266만ℓ)를 제외하고 남은 174ℓ를 다른 유류 탱크로 빼내는 작업과 진화작업을 병행한 끝에 17시간 만인 8일 오전 3시 58분쯤 완전 진화했다. 불은 다른 옥외탱크 13기로 번지지 않아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나 저유기 내부에 물을 주입해 유류를 띄운 뒤 진화포(form)를 투입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고양 = 오명근 기자 om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