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힘차게 자전거 페달을 밟는 이동일 씨. 자전거를 타면서 남을 위한 배려와 헌신까지 배웠다. 김호웅 기자

“무리해서 페달을 밟지 말고 자신의 페이스대로 유유자적 즐기면서 달리세요. 경주하듯이 달리면 좋은 풍경을 못 보고 지나치고 몸에도 좋지 않습니다.”

이동일 씨는 자전거 입문에 관심을 가진 실버세대들에게 부담을 털어버리고 즐기는 마음으로 접근하라고 조언했다. 이 씨는 “젊은 사람들은 마치 경주하듯이 페달을 밟는데, 우리 세대는 쉬엄쉬엄 페달을 밟아야 오래 자전거를 탈 수 있다”며 “오르막길에서도 욕심내 무리하지 말고 ‘끌바’(자전거를 손으로 끌고 가는 일을 말하는 은어)를 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자전거 입문은 자전거를 고르는 데에서 시작한다. 이 씨는 “가능한 한 가벼운 자전거를 고르는 게 좋다”며 “자전거는 가벼워질수록 가격이 비싸지는 편이지만, 그만큼 라이딩을 할 때 몸이 편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다소 무거운 MTB(산악자전거)보다 도로용 로드바이크 중에서 가벼운 제품을 선택하는 게 무난하다고 추천했다. 이 씨가 전국 자전거길을 종주하는 데 이용한 자전거는 150만 원대의 로드바이크다.

그동안 이 씨가 종주한 모든 자전거길 중 초보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코스로는 북한강 자전거길을 꼽았다. 이 씨는 “북한강 길은 70㎞로 길이가 다른 자전거길에 비해 짧은 데다 풍경도 아름답고 주변에 맛집도 많은 편”이라며 “대중교통으로 자전거길까지 이동하기에 접근성이 떨어지지만 후회하지 않을 코스”라고 설명했다. 234㎞의 제주도 환상자전거길은 이 씨가 추천하는 ‘가장 아름다운 자전거길’이다. 이 씨는 “제주도 환상자전거길은 바다를 따라 아름다운 풍경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는, 말 그대로 환상적인 자전거길”이라고 밝혔다. 이 씨는 “섬이어서 항공으로 자전거를 갖고 이동하기 어렵다는 단점을 갖고 있지만, 부산에서 배를 타고 이동하면 그 또한 충분히 즐거운 여행이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씨는 “자전거는 펑크가 나는 순간 짐으로 전락한다”며 “장거리 자전거 여행을 할 땐 반드시 예비 튜브를 챙겨야 하고 간단한 수리를 할 수 있는 기술을 익히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 씨는 자전거를 타며 가장 주의해야 할 일로 음주운전을 꼽았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3∼2017년) 자전거가 유발한 교통사고는 2만8739건에 달하고, 그중 상당수가 자전거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다. 지난달 개정된 도로교통법은 자전거 음주운전을 단속하고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해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의 음주상태로 자전거를 운전하면 범칙금 3만 원을 부과하고 있다. 이 씨는 “법이 개정됐지만 자전거 음주운전이 너무 많고 단속 인력도 충분하지 않아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하며 “자전거는 균형을 잡지 못하면 바로 쓰러지기 때문에 자동차보다도 음주운전에 더 취약하고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부산 =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