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한지 10일 지났다 안 받고
일부 음식점선 모든 수표 거부

“이 수표로 결제할 수 없습니다.”

명동의 대형 의류 매장에서 옷을 구입하고 10만 원짜리 수표를 내밀었던 김모(여·38) 씨는 어리둥절했다. 결제 담당 직원은 여러 번 번호를 찍어 보더니 “이 수표는 조회가 되지 않는다”면서 “수표를 발행한 은행에 문의하시라”는 말을 남기고는 결제를 거부했다.

이 수표는 다음 날 강남의 A 백화점 매장에서 또다시 결제가 거부됐다. 매장 직원 역시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앙의 결제 처리 데스크로 김 씨를 데려갔다. 결제 담당 직원은 수표를 보더니 내부 ‘규정’을 보여줬다. 각종 지불 수단별 매뉴얼에 수표의 경우 ‘발행된 지 10일 이내’라고 적혀 있었다. 이 수표에 표기된 발행 일자가 3주가 지났던 것.

유통가에 ‘현금 없는 매장’이 등장할 정도로 카드 결제가 보편화하고 지난 2009년 6월 5만 원짜리 지폐가 유통된 지 10년이 가까워지면서 유통가에서 수표는 천덕꾸러기가 됐다. 광화문과 강남 등 카드를 주로 쓰는 직장인이 많은 지역의 일부 음식점에서는 ‘수표는 받지 않는다’는 문구를 적어 둔 곳도 있다.

A 백화점이 이 같은 지침을 가지고 있는 근거는 수표법이다. 수표법 제29조 제1항은 “국내에서 발행하고 지급할 수표는 10일 이내에 지급을 위한 제시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근거로 수표 결제를 거부하는 것은 사회적 통념과 맞지 않는다는 게 유통업계와 금융업계의 공통된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기앞수표는 이를 발행하는 국내 시중 은행들이 지급을 보증하고 있어 사실상 현금과 같이 쓰이고 있는 현실에서 대형 유통업체에서 이를 거부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결제를 거부했을 때 고객이 느끼는 당황스러움이 수표 수리 이후 처리하는 비용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세영·최재규 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