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폭로한 ‘청와대 업무추진비 의혹’이 급속히 확산되더니, 급기야 당·정·청(黨政靑)이 모두 나서 ‘반(反)국가 범죄’로 몰아가는 지경까지 왔다. 과거 ‘공안통치’를 그렇게 비난했던 현 집권세력이 전두환·노태우 정권이 동원했던 논리와 용어를 서슴없이 사용하는 것이 놀라울 정도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국가안보에 치명타가 될 기밀자료를 무수히 빼돌렸다”면서 “하나같이 안보와 정부 운영에 치명타가 될 자료들로,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반국가 행위”라고 했다.

심 의원의 자료 입수 과정에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을 보면, 적어도 반국가 범죄를 뒤집어씌울 정도는 아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정부 재정분석시스템의 취약성이 더 문제일 수도 있다. 심 의원 측이 시연한 대로라면 불법 해킹을 적용하기 어려운 방법이고, 다운 받은 자료들을 공익적 목적 이외에 악용하려 한 의도나 정황도 보이지 않는다. 국회의 행정부 견제 및 예산 감시 책무를 고려하면, 사법적으로 심각한 유죄 요건을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도 여권이 공격 수위를 최대한 높였다. 여당이 거론한 자료 중에는 심 의원실이 모르거나 분석을 마치지 못한 것도 있다고 한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가져간 자료들을 근거로 역공을 펼친다는 의문까지 들 정도다.

이런 과도한 호들갑은 되레 뭔가 구린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억측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제2야당인 바른미래당의 김관영 원내대표는 2일 “자료 유출 경위와 그 내용의 위법성을 떠나 국회를 경시하는 모습”이라면서 “국회의 청와대 예산 집행에 대한 문제 제기를 고발장으로 답해선 안 된다”고 개탄했다. 심 의원은 2일 청와대·정부의 업무추진비 오용과 재정관리 시스템 문제점을 거듭 지적했다. 민주당은 집권세력이지만, 입법부 일원으로서 행정부를 견제할 책무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청와대 들러리’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