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노인들의 노고를 기리기 위한 법정기념일인 ‘노인의 날’인 2일 오전 폐지를 수집한 노인들이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고물상을 찾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 복지부 ‘노인실태조사보고서’
月소득 29만 원 이하가 32.5%
죽을때까지 일해도 빈곤에 허덕

- 노년학회, 어르신 5175명 분석
쌀 구입할 돈·병원비마저 없어
박탈감에 “극단적인 선택 생각”

100세 맞은 어르신 1343명에
文대통령, 첫 청려장·축하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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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노인들은 경제적 문제 때문에 사회적 박탈감이 크고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생각도 많이 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생계유지를 위해 죽을 때까지 일하지만, 열악한 근무조건과 보수로 인해 빈곤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탓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제22회 노인의 날 기념식’에서 서면 축사를 통해 “어르신들이 건강하고 품위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책무를 다하겠다”며 “우리 사회의 기둥으로서, 사회발전에 어르신들의 지혜와 경륜을 보태어 주시라”고 전했다. 올해는 문 대통령 내외가 올해 100세를 맞은 노인 1343명에게 장수를 축하하고 기원하는 청려장(장수지팡이)과 축하카드를 처음으로 보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100세 노인의 생일에 대통령 부부, 여왕이 생일축하카드를 발송한다. ‘노인의 날’은 산업화의 주축으로 경제발전의 일익을 담당하면서 사회를 계승 발전시켜온 노인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다.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념식에서는 노인복지 증진을 위해 헌신해온 유공자 115명에 대해 훈장 등의 포상이 이뤄졌다.

◇평생 일해도 빈곤 허덕 = 노인들은 쉬고 싶지만 쉬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17 노인실태조사보고서’를 보면 65세 이상 노인의 66.4%는 앞으로 일을 하고 싶지 않지만, 계속 일을 하고 싶은 이유로 생계비 마련(62.3%)을 가장 많이 꼽았다. 실제 수입을 목적으로 일하는 만 65세 이상 노인은 30.9%에 달했다. 이들 중 현재 일을 하는 이유로 ‘생계비 마련’(73.0%)을 꼽았다. 다른 응답에 비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통계청의 2018 고령자 통계 결과, 우리나라 70∼74세 고용률은 33.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5.2%)의 두 배 이상이다. 노인 일자리도 주로 힘든 육체노동이 많았고 보수 역시 열악했다. 농림어업 종사자가 34.6%로 가장 많았으며, 경비·수위·청소 종사자 20.1%, 운송·건설 15.3%, 가사·조리·음식 종사자 12.0% 등의 순이다. 노인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29만 원 이하가 32.5%로 가장 많고, 150만 원 이상 17.8%, 100만∼149만 원 15.6%, 50만∼99만 원 14.9%, 없음 11.9%, 30만∼49만 원 7.3% 순이었다. 일을 해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통계다. 65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43.7％에 달했다.

◇연금·실업·식사·병원 등 고민 = 한국노년학회 학술지에 게재된 ‘사회경제적 박탈 경험이 노인의 자살 생각에 미치는 영향: 6가지 박탈 유형을 중심으로(강동훈 보건복지인력개발원 부장, 김윤태 고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논문에 따르면 노인들은 빈곤을 겪을 때 사회적 박탈감을 가장 크게 느꼈다. 한국복지패널 9차 연도 자료를 통해 65세 이상 노인 5175명을 분석한 결과다.

우선 공적연금을 받지 못했던 경험, 근로 능력이 있으나 실업 상태였던 경험, 경제적 어려움으로 균형 있는 식사를 할 수 없었던 경험, 먹을 것이 떨어졌는데도 더 살 돈이 없었던 경험 등의 순으로 박탈 빈도가 높았다. 또 △돈이 없어서 본인이나 가족이 병원에 갈 수 없었거나△2달 이상 집세가 밀렸거나 집세를 낼 수 없어 집을 옮긴 경우△먹을 것을 살 돈이 없어 균형 있는 식사를 할 수 없었던 상황 △공과금을 기한 내 납부하지 못하고 근로 능력이 있지만 직업을 갖지 못했던 상황과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먹을 것이 떨어졌는데도 더 살 돈이 없었던 경험도 포함됐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