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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교통법 개정안 규정 미흡
핸들 꺾음 강제 여부도 헷갈려

경사지에 차량을 주차할 때 의무적으로 고임목을 받치거나 핸들을 도로 가장자리 방향으로 돌려놓도록 도로교통법이 개정됐으나, 모호한 기준으로 시민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시행 4일째를 맞았지만 위험천만한 경사지 주정차도 여전했다.

1일 언덕이 가파르기로 유명한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선 주차된 대부분 차량이 고임목을 괴지 않고 핸들도 꺾어 놓지 않았다.(사진)

주민 신현식(30) 씨는 “도로교통법이 개정된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평소 습관대로 고임목 없이 주차했다”고 말했다. 신 씨는 “이 정도 경사면 괜찮다고 생각했다”며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찰청이 밝힌 경사지 기준은 ‘일반적인 통념’이다. “이곳에 주차하면 미끄러질 수 있다”는 판단이 드는 언덕에서는 돌이나 나무 등으로 바퀴를 고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객관적 기준제시가 없기 때문에 신 씨를 비롯한 시민들은 “개개인이 가파르다고 여기는 경사가 다르지 않겠느냐”며 혼란스러워했다. 서울 성북구의 한 언덕길엔 차량 5대가 연달아 주차했지만, 고임목을 받쳐 놓은 차량은 단 1대도 없었다. 주민 한모(58) 씨는 “요즘 생산된 차량은 주차 시 자동으로 기어를 잠가주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고임목을 설치하지 않거나 핸들을 꺾지 않았더라도 내리막에서 후진기어, 오르막에서 전진기어를 해 놓았다면 단속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미끄러움을 방지할 수 있는 어떤 조처를 했느냐가 중요하다”며 “고임목 설치나 핸들 꺾음을 하지 않았더라도 ‘기타 방식’으로 차량을 관리했다면 괜찮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어 확인은 차량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봐야 확인할 수 있어 적발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경사에 주차하면 이에 상응하는 조처를 해야 한다는 점을 법 개정을 통해 명확하게 인지하고 실천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임목 활용이 어색한 시민들을 위해 경찰은 2개월간의 계도 기간 동안 안내문 배포 등 홍보 활동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손우성·윤명진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