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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下) 은행권 예대마진

금리 2.75 → 1.25% 내려도
韓은행들 1.7~1.8%대 유지

순이자마진도 1.63% 그쳐
美는 3.19%로 2배 수준

정치권 등 “약탈적 금융관행”
여론 이용 금리差 확대 막아

“예·대 금리차 커지는 것은
금리 상승속도 차이 때문”

국내 은행들이 지나친 이자 장사를 하면서 이른바 ‘약탈적 금융’ 관행을 일삼는다는 정부 비판을 받지만, 실제로는 세계 각국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이자 마진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국제통화기금(IMF)이 발간하는 IFS(International Financial Statistics·국제금융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예금금리는 연 1.67%, 대출금리는 연 3.48%로 예대(예금과 대출 차이에 따른) 마진은 연 1.81% 수준이었다. 이는 주요 금융 선진국의 예대 마진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같은 기간 독일은 가계 기준으로 예금금리가 연평균 0.32%, 대출금리는 연평균 7.14%로 예대 마진은 6.82%에 달했다. 프랑스 역시 가계 기준으로 예금금리 1.09%, 대출금리 3.87%로 2.78%에 달했다.

지난 5월 기준으로도 국내 은행의 예대 마진은 1.67%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기록돼 있지만, 독일은 5.85%, 프랑스는 2.88%로 여전히 국내 은행보다 예대 마진이 월등히 높다.

특히, 국내 은행들의 예대 마진은 기준금리가 낮아지는 기간에도 큰 변동 없이 유지돼왔다. 지난 2012∼2016년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75%에서 1.25%로 크게 떨어졌는데도, 이 기간 국내 은행들의 예대 마진은 1.7∼1.8% 수준으로 큰 변화 없이 유지됐다. 기준금리 변화 속에서 국내 은행들이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를 비슷하게 조정함으로써 예대 마진을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해온 것이다.

주요 금융 선진국과 비교하면 더욱 뚜렷이 드러난다. 2016년을 기준으로 미국 은행들의 평균 예대 마진은 3.51%, 독일은 6.9%, 프랑스는 2.99%에 달했다. 이 기간은 특히, 유럽중앙은행(ECB) 기준금리가 하락세를 이어가다 0%까지 내려간 시기였고, 미국도 0%대 기준금리를 유지하던 때였다. 국내 은행들이 지나친 예대 마진을 얻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과는 다른 사실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 순이자마진(NIM)의 수준 역시 세계 수준과 비교해 높지 않다. 지난해 국내 은행들의 NIM은 1.63% 수준이었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 상업은행들의 NIM인 3.19%의 절반에 그친다.

국내 은행권의 예대 마진이 다소 낮은 이유는 약탈적 금융 관행으로 이익을 올리는 것 아니냐는 정치권과 금융 당국의 시선 탓으로 분석된다.

특히, 여론 등을 이용해서 금리 차이가 확대되지 못하도록 계속해서 압박하고 있어 좀처럼 자율적으로 운용하기 어려운 점이 크다. 금융 당국에서는 수년째 폭증하고 있는 가계부채 부실을 우려해 대출금리의 상승을 억누르고 있기도 하다.

또, 최근에는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가 상대적으로 가파르게 상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올해 초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장기물 금리가 단기물보다 더 가파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장기물 기반인 대출금리가 단기물 기반의 예금금리보다 올라가는 속도가 더 빠를 수밖에 없었고, 이것이 신규 취급액 예대 금리 차의 확대에서 여실히 나타났다. 국내 은행의 경우 대출보다 예금이 만기가 짧기 때문이다.

김혜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은행들의 예대 금리 차 확대는 단순히 마진 확대를 위한 ‘이자놀이’가 아니라 각각 기준이 되는 금리의 상승 속도 차이로 인해 나타난 현상”이라고 밝혔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한국의 은행이 약탈적이라면 세계 주요 은행들은 강탈 또는 침탈한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라며 “은행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금융 당국이 소비자들에게 계속 부정적인 이미지를 씌우고 있다”고 말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