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핵화 분야 합의

“김정은 非核 첫언급 등 결실… 실제 결단 내릴지는 의구심”

남북이 19일 발표된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북한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을 해외 전문가 참관하에 폐기하기로 하는 등 비핵화 부문에서 한 걸음 내디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조건부’ 영변 핵시설 폐기 등을 언급하면서 실질적 비핵화까지는 현실적 제약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 북한의 영변 핵시설 등 ‘미래의 핵’ 폐기에서는 진전이 이뤄졌지만, 기존 핵·미사일 폐기 등 ‘현재의 핵’에 대한 언급이 빠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20일 외교가에 따르면 북한은 이번 공동선언 5조 1항의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영구 폐기한다’는 내용에 합의하면서 본격적인 폐기 준비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미래 핵’ 폐기 약속은 ‘6·12 미·북 정상회담’에서도 합의됐던 사항이지만, 국제사회가 요구해온 검증은 거부하면서 논란이 됐던 사안이다. 이 때문에 북한이 미사일 엔진시험장 및 발사대 폐기에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을 허용했다는 것은 기존보다 진일보한 조치로 평가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27 남북정상회담과 6·12 미·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하고, 육성으로 “핵 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을 처음 언급한 것도 진전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다만, 북한이 구체적 검증 협상을 거쳐 실질적 결단을 내릴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이 적지 않다. 북한은 지난 5월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할 당시에도 외무성 공보를 통해 전문가를 초청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폐기 행사는 전문가 없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또 북한은 이번 공동선언에서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 조치를 계속 이어나갈 용의가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하지만 북한은 여기에도 “6·12 북·미 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 조치를 취하면”이라는 조건을 붙였다. 이는 미측의 양보를 통한 미·북 관계 개선을 촉구한 것으로, 상응 조치는 종전선언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과거와 같이 세부사항 협상에서 ‘시간 끌기’를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994년 미·북 제네바 합의와 2005년 9·19 공동성명 및 2007년 2·13 합의 등이 대표적 사례다.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포기한다’고 약속했지만, 문구 해석을 놓고 이견이 있는 상황에서 핵 활동을 지속하면서 합의가 결렬된 바 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