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核협상 투트랙 진행

장관급-실무급 나눠 속도낼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021년 1월 이내에 북한 비핵화 완성을 목표로 뉴욕과 빈에서 동시에 진행하는 투 트랙 협상을 제안해 교착 상태에 빠졌던 미·북 협상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지 주목된다. 2라운드에 들어간 미·북 협상에서 북한이 전향적 태도를 보일 경우 협상이 급물살을 타지만 핵동결을 고집하거나 시간 끌기에 나설 경우 한반도 위기가 재고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9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을 다음 주 뉴욕에서 만나자고 초청하는 한편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북한 측 카운터파트가 오스트리아 빈에서 가능한 한 빨리 만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뉴욕 유엔총회를 계기로 기존 미·북 간 대표채널인 폼페이오 장관과 리 외무상이 접촉해 북한 비핵화 의지 등을 점검하고 큰 틀에서 미·북이 상대에게 요구하는 내용을 확인할 전망이다. 최종 성사 여부는 실무협상 진척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요청했던 2차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의견교환 등도 뉴욕 채널을 통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유엔총회 이후에는 뉴욕에 상주하는 김성 신임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미·북 간 연락 채널을 담당할 수 있다.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키를 쥔 협상은 빈 채널을 통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전까지는 폼페이오 장관과 리 외무상 또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등이 협상을 주도했지만 구체적 과정에 들어가면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핵화 절차를 어떻게 밟아 나가고 언제 평화협정을 체결할지를 놓고 미·북 간에는 밀고 당기는 팽팽한 신경전이 진행될 수밖에 없는 만큼 사전조정에는 장관급보다는 실무급 협상이 효율적일 것으로 보인다.

빈 채널을 통해 비건 특별대표와 실무협상에 나설 북한 측 카운터파트로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꼽힌다. 앞서 최 부상은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도 미국 측 실무책임자였던 성 김 주필리핀 대사와 의제 협상 등을 벌인 바 있다. 어렵사리 협상 채널이 만들어졌지만 관건은 역시 북한의 태도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합의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 비핵화(FFVD)를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완성하기 위해 먼저 핵시설 리스트 제출 등이 이뤄져야 가능하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