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진성(앞) 헌법재판소 소장을 포함한 헌법재판관 5명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박수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헌법재판관 5명 퇴임식

“헌법소원 남발 예방책 마련”
후임 차질 공백 사태 현실화

이진성(사법연수원 10기) 헌법재판소 소장은 19일 퇴임사를 통해 헌재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이 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재판관들이 재판소 구성권자와 결별하겠다는 의지를 굳건하게 지님으로써 헌법재판의 독립은 확보되는 것”이라며 “헌법재판의 독립성에 대한 반석 같은 신념을 더욱 강고하게 가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독립성을 바탕으로 불완전한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나침판 역할을 하는 헌법재판을 더욱 발전시켜 주시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인 헌재의 독립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대한민국 사법부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지난 정부 시절의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의혹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흔들고 있다”며 확정되지 않은 의혹을 근거로 독립적인 헌법기관인 사법부에 매우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해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법조계는 분석했다.

이날 이 소장을 포함해 김이수(9기)·김창종(12기)·안창호(14기), 강일원(14기) 헌법재판관 등 재판관 5명이 함께 퇴임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대법원장 지명 몫인 이석태·이은애 재판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20일까지 보내달라고 국회에 18일 요청했다. 이날 이 소장 등의 퇴임과 후임 인선의 차질로 재판관 공백 사태가 현실화됐다.

이들 5명은 2012년 9월 20일 취임해 6년 임기를 마쳤다. 이들은 임기 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등 굵직한 사건들을 처리했다. 김이수 재판관은 “헌재는 30년의 연륜이 쌓이면서 헌법의 최종적 해석자, 수호자로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차별과 편견 그리고 소외로 인해 그늘진 곳이 있다”고 말했다. 안창호 재판관은 “헌법재판은 구체적 헌법 현실을 파악하고 헌법가치를 궁구하는 여정이었다”며 “법문화와 사회적 담론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결정은 법질서를 혼란스럽게 할 수 있는 공허한 논리일 뿐”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주심이었던 강일원 재판관은 “우리나라는 우리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시아 최고의 헌법재판소를 가진 민주주의 국가”라며 “헌재의 노력으로 앞으로 30년 후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민주주의 국가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밝혔다. 김창종 재판관은 “반복적으로 같은 내용의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남소를 방지할 대책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