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對北압박 강도 높이는 美

국무부 ‘3번째 남북회담’ 언급
‘앞선 회담 재판돼선 안돼’ 밝혀

核실험장 폐기 검증 불가 판단
北향해 核리스트 제출 등 압박
볼턴, WMD 제거 언급하기도

미국 국무부가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내놓은 ‘북한의 의미 있고 검증가능한 비핵화 조치’ 화두는 향후 미·북 간에 비핵화·종전선언 협상 진전을 위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인 것으로 파악된다. 남과 북이 정상회담이 끝나고 수사로 가득 찬 비핵화 언급을 한다면 남북이 요구하는 종전선언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명확히 밝힌 셈이다. 미국은 남북정상회담 기간에 북핵 논의를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장관급 특별회의를 소집하고, 대량파괴무기(WMD) 프로그램 제거를 주장하며 대북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18일 브리핑에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문재인 정부 들어 세 번째임을 지적하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향한 의미 있고, 검증가능한 조치들을 보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정상회담 결과가 모호한 비핵화 약속만 나온 기존 정상회담의 재판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이날 강조했다. 남북 정상은 지난 4월 27일과 5월 26일 두 차례 회담하고 한반도 비핵화에 합의했지만 북한은 제대로 된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음을 지적한 것이다. 북한은 풍계리 핵 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 폐기를 비핵화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미국과 국제사회는 검증되지 않은, 가역적 조치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국무부는 사실상 남북한을 향해서 말이 아닌 핵·미사일 리스트 제출과 같은 행동에 합의하라는 압박을 가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남북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핵시설 신고·사찰 약속→종전선언→신고·사찰 이행’과 같은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낼 경우 미·북 비핵화 협상과 2차 미·북 정상회담은 물론, 남북 경협 등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번에도 한반도 비핵화와 같은 두루뭉술한 합의만을 내놓을 경우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도 한계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 내기 위해 북한에 대한 제재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나워트 대변인은 18일 브리핑을 시작하면서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이 27일 북한 문제와 관련한 유엔 안보리 장관급 특별회의를 주재한다”며 “폼페이오 장관은 이 회의에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 문제와 함께 모든 유엔 회원국의 현 대북제재 이행 필요성을 강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대북제재 완화 주장이 나오는 것에 강력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이날 ‘국가 생물방어 전략’ 대통령 행정명령 관련 언론 브리핑에서 북한 WMD 프로그램 제거 필요성을 언급하며 대북 압박수위를 높였다.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긴밀한 협조를 강조하면서 남북관계 개선 속도를 지나치게 빠르게 가져가서는 안 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문화일보의 논평 요청에 미국과 한국은 북한 문제에 긴밀히 협력해왔으며, 통일된 대응책 조율을 위해 접촉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이 언급했듯이 ‘남북관계의 진전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 해결과 별개로 진전될 수 없다’”고 밝혔다.

워싱턴=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