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남북정상회담 참석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서울 출발을 불과 한나절 앞두고 뉴욕에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가 열린다. 미국의 긴급 요청에 따라 안보리가 17일 오전(한국 시간 오후 11시) 대북 제재 이행과 집행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소집했기 때문이다. 최근 안보리는 제재 이행보고서 초안을 회람했는데, 제재 결의에도 불구하고 “경제 제재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는 내용이며, 제재 위반 사례들도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다고 한다.

이 보고서 초안은 러시아의 반대로 일단 공개가 보류됐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 언론들은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의 보고서 내용을 자세히 전하고 있다. 북한의 불법 무기 판매와 석탄 등의 위장 선적, 불법 금융거래 증거 등을 볼 때 대북 제재가 전세계적으로 전방위(全方位)로 뚫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 등이 해상 환적을 통한 북한의 석유 밀수를 방조하고 있고, 북한은 시리아와 예멘, 수단 등 분쟁 국가에 탱크와 탄도미사일 등을 버젓이 판매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러시아가 자국의 위반 사실을 완화시키도록 제재위에 압력을 가해 보고서 수정본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를 둘러싼 미·러 갈등이 커지고, 미국은 중·러의 제재 비협조를 문제 삼아 일본·호주 등 동맹국들과 대북 해상 감시 계획까지 준비 중이다.

그런데 한국 역시 미국의 제재 위반 의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북한 석탄 수입이 드러난 데 이어 개성 연락사무소에 유류 및 물품, 전기 지원까지 강행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14일 “제재 이행이 비핵화에 매우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한 것은 우회적 경고로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