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길 곳 없어 돌봄교실 보내지만 유치원 철거보니 걱정이 더 태산”

유치원 학부모들 표정
警,안전 부실여부 곧 수사

서울 동작구 상도유치원 지반 붕괴 사고로 인해 10일 상도초교로 등원하는 원생, 학부모들의 표정에는 긴장감과 불안감이 역력했다. 기울어진 유치원 건물 철거가 이날까지 이어지며 주민들의 불만도 계속 이어졌다.

이날 오전 8시쯤 유치원 건물 대신 상도초에 마련된 돌봄교실로 등원하는 아이들이 학부모의 손을 잡고 나타났다. 학부모 A 씨는 “아이를 집에 두고 싶었지만 딱히 맡길 곳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등원시켰다”며 “갑자기 바뀐 환경에 애가 잘 적응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 역시 “왜 걱정이 안 되겠나”라며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에게 말했다. 상도초는 유치원 건물 철거 공사로 인해 이날 하루 휴업했으나 돌봄교실을 이용하는 학생 일부는 학교로 나왔다. 초등학교 돌봄교실에 자녀를 데려온 학부모는 “따로 맡길 곳이 없어서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며 “철거한다고 해서 걱정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유치원 학부모 대부분은 초등학교에 마련된 돌봄교실까지 아이와 함께 들어가 주말 사이 부랴부랴 마련된 교실이 제대로 갖춰졌는지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유치원 방과후과정반 원생 58명 중 10명이 등원했다. 등원하지 않은 원생 대다수는 집에서 돌보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 등원 이후 “할머니가 돌보겠다”는 의사를 전해와 한 원생은 집으로 다시 돌아가기도 했다. 돌봄교실을 이용하는 초등학생은 19명 등교했다. 상도초 학부모 박모(여·36) 씨는 “전업주부라 아이를 돌볼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주변 맞벌이 가정은 오늘 하루 일을 쉬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 닷새나 됐지만 동네는 여전히 어수선했다. 오전 9시 30분 철거 공사가 재개됐고, 대형 포클레인이 유치원 건물에 접근해 측면을 뜯어내자 건물 벽면이 종잇장처럼 찢기며 굉음이 들렸다. 포클레인이 건물을 짓뭉개자 유치원 내부에 있던 유아용 매트와 실내 놀이기구, 훌라후프 등이 쓰레기 더미 속에서 쏟아져 나와 참혹함을 더했다. 건물이 무너져 내릴 때마다 엄청난 소리가 나면서 인근 주민들은 삼삼오오 현장 앞에 모여 걱정스러운 눈으로 지켜봤다.

최모(56) 씨는 “소음이야 그렇다 쳐도 먼지 때문에 걱정이 많다. 철거 공사가 오늘 안으로 끝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은 아예 미세먼지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 동작경찰서는 “현재 구청과 시공사에 안전영향평가서 등 관련 서류를 요청해 받고 있다”며 “공사 과정에서의 부실한 안전 조치가 확인되는 대로 정식 수사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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