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회제출 때 첨부 방침초기사업 수천억원 적시할 듯 전문가들 “공동현장조사 난항 南北철도조차 추계 어려운 판”

청와대는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과정에서 비용 추계서도 함께 낸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판문점 선언에 가장 구체적으로 적시된 남북 철도·도로의 연결 및 현대화 사업조차도 현장점검과 수요 예측 등 기본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대략적인’ 비용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천억 원대로 예상되는 초기 비용만 비용 추계에 포함한 뒤 수십조 원에 이를 본 예산은 남북 관계 개선 현장 조사가 진행될 때에라야 추계될 수밖에 없는 만큼, 판문점 선언의 비준 동의에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청와대는 11일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비용추계서’도 첨부할 예정이다. 이는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재정 수요를 예측할 수 없는 판문점 선언은 국회 비준 동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을 염두에 둔 조치다. 현행 남북관계발전법은 ‘국회는 국가·국민에 중대한 재정 부담을 지우는 남북합의서 등의 체결·비준 동의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국회에 제출될 비용추계서는 올해와 내년 진행될 남북 사업에 투입될 초기 비용 수천억 원만이 적시돼 있다. 현재로서는 남북 경협 사업의 구체적인 비용을 추계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아 공동조사와 초기 착수 비용 등만 숫자로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판문점 선언에 가장 구체적으로 언급된 동해선·경의선 철도 연결 및 현대화 사업조차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공조 탓에 공동조사와 현장 점검 등 초기 단계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전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예산을 추계하려면 현장 검증, 설계에 따라 얼마의 비용이 들어가고 남북한 간 어떻게 분담을 할지 등 전제가 있어야 한다”며 “철도만 해도 몇조 원이 소요될 텐데 얼마가 들어갈지 비용을 추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철도, 도로 등은 한꺼번에 예산을 투입하는 게 아니고 5년, 10년에 걸쳐 굉장히 큰 규모의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며 “철도를 어디까지 연결할지, 운행할 철도의 최고 속도를 시속 몇 ㎞로 할지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며 “국민이 얼마나 재정 부담을 수용할 수 있는지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