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이름 뺀 박물관으로
숭모·보수단체 등 강력 반발

경북 구미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품을 전시하기 위해 건립 중인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 명칭에서 ‘박정희’를 빼는 명칭 변경안을 추진하자, 숭모단체와 보수단체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는 “도를 넘는 박 전 대통령 흔적 지우기로, 국민 통합에도 역행하는 처사”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역사자료관은 2014년 초 당시 민주당과 새누리당 전남·경북 국회의원 25명이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구미시 박 전 대통령 생가와 전남 신안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가를 번갈아 방문한 뒤 신안군 하의도 연도교 건설 잔여 사업비(국비 150억 원)를 확보하고, 구미에는 역사자료관을 짓기로 합의한 사업이다. 당시 포럼에는 국회의원이었던 이낙연 국무총리도 참석했다.

4일 구미시에 따르면 시는 역사자료관 명칭을 ‘구미 근현대사 박물관’ 또는 ‘구미 공립 박물관’ 등으로 명칭을 바꾸기로 하고 3일부터 21일까지 주민과 각종 단체 의견 수렴에 나섰다. 구미시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의 유품만 전시하는 데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아 명칭을 바꾸고 전시물도 다양하게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구미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처음 당선된 장세용 시장이며 지난 7월 취임했다.

전병억 박정희 대통령생가보존회 이사장은 “자료관 건립은 영호남 화합을 위해 추진된 것”이라며 “‘박정희’ 명칭을 없애려는 의도에 의문이 든다”고 반발했다.

그는 “구미에 있는 삼성, LG 등 대기업이 해외나 수도권 등으로 이전하고 있어 기업보다 ‘박정희 브랜드’로 지역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북애국시민연합 관계자는 “보수 단체에서 조만간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대대적으로 열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단체는 지난 7월 초에도 구미시청사 앞에서 장 시장의 새마을운동사업 폐지 규탄 집회를 개최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 유품(5570점)은 구미시 선산 출장소에 보관돼 있다. 역사자료관은 시가 국비 77억 원 등 192억 원을 들여 상모동 박 전 대통령 생가 옆 부지에 건립 중이며 내년 9월 완공한다.

구미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