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를 공식 임대시장에 끌어들이고 세입자 주거 안정도 기한다는 정책을 문재인 정부 스스로 뒤집으려 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임대주택 세제 혜택이 일부 과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철회 의지를 비쳤다. 지난해 12월 ‘임대주택 활성화 방안’을 통해 임대사업에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중과를 배제하고,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늘려줬다. 저금리 시대에 시중 유동자금이 1117조 원(6월 말)을 넘는 상황에서 임대료·기간 제약보다 인센티브가 크다는 평가에 임대사업자는 지난해 말 26만 명에서 지난 7월 33만6000명으로 30% 가까이 급증했다. 문 정부 들어 드물게 시장 호응을 얻은 정책인 셈이다.

지난해 자가점유율은 57.7%에 그치고 있지만,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제한적이다. 임대사업자는 민간 공급자로서 정부 역할을 보완하는 존재이고, 문 정부도 그런 순기능을 기대했다. 그러나 서울 집값이 다시 불붙자 ‘다주택자〓투기꾼’이란 특유의 시각도 되살아났다. 정책 발표 이후 등록된 세제 혜택을 노린 다주택 구입 사례가 일부 나타난 건 사실이다. 진보 성향 학자 등은 ‘투기에 꽃길을 깔아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0일 ‘3주택 이상 종부세 강화’를 언급했다. 국토부가 이 정도의 부작용은 예상 못했을 리 없다. 그런데도 정부 정책을 믿고 투자한 임대사업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형국이다. 임대등록자 모두를 투기꾼으로 모는 건 현실을 과대 포장한 미신(迷信)에 가깝다. 새로운 질서가 잡혀가던 임대주택시장도 8개월 만에 요동치고 있다. 최대 피해는 실수요자 몫이다.

최근 부부 합산 연소득이 7000만 원 넘으면 전세대출 길을 막았던 정책이 하루 만에 뒤집히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용산·여의도 통합개발계획도 전격 보류됐다. 그러잖아도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이 시장을 왜곡하고 집값을 되레 올리는 터다. 조령모개(朝令暮改)만으로도 심각한 문제인데, 이젠 그나마 제대로 된 정책도 스스로 역(逆)주행하려 한다. 이런 정책 혼선과 불확실성은 시장경제 최대의 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