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집값이 거침없이 치솟는 배경은 ‘불신’과 ‘불안’입니다. 정책(정부와 서울시)을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장과 수요자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지요. 이 때문에 돈을 가진 50대 이후 세대나 돈이 부족한 30∼40세대 모두 정책 불신에 따른 불안을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 부동산에 투입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집값은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정책 불신과 뒷북행정, 풀린 돈이 집값을 뒷받침하고 있고요. 문제는 최근 집값 급등이 주택 수급 불일치(수요는 많고 공급은 적은), 특정 지역 인프라스트럭처의 집중 등으로 치부하기에는 중산층 등 일반 국민이 인내할 수준을 넘었다는 것이지요.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6개월도 안 된 시점에서 집값이 한국 경제 펀더멘털(기초여건)을 위협할 수준으로 치솟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대체 언제 어디서부터 꼬인 것일까요. 지난해 집권 한 달 직후 나온 6·19부동산 대책이 시초입니다. 시장이 기대했던 ‘집값을 안정시킬 고강도 대책’이 아닌 그저 그런 규제 수준의 대책이 집값 급등에 멍석을 깔아줬지요. 이후 나온 부동산 규제 종합판이랄 수 있는 8·2 대책은 약발보다 내성을 기른 셈이 됐고, 지난 7월 나온 보유세(재산세 + 종합부동산세) 강화안은 세금 강화 강도가 너무 약해 역설적으로 집값 상승에 일조했습니다. 여기에 집값 상승을 견인(?)하는 기름도 끼얹었지요. 박원순 서울 시장의 여의도 통개발과 용산개발, 강북권 투자 등이 그것이지요. 이제 ‘집값을 반드시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약속도, 박 시장의 뒷북행정(개발 보류)도 집값을 잡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서울 집값이 안정을 찾기에는 정부와 자치단체의 정책이 시장과 수요자의 불신을 넘어 비웃는 수준이 됐기 때문이지요. 여기에 저금리와 막대한 개발보상금 등으로 시중에 풀린 돈이 너무 많습니다. 현금과 요구불예금, 6개월 미만 정기예금 등 시중 유동성 자금은 1116조7000억 원(한국은행·금융투자협회 6월 말 기준)에 달할 정도지요. 이쯤 되면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한국은행의 결단이 필요한 시기이지만, 통화 당국은 침묵하고 있습니다.

서울 집값이 단순한 상승 아닌 버블(거품)로 치닫고 있는 것은 한국 경제에 커다란 위협입니다. 이를 방치할 경우 가계 소비 위축과 내수 침체 가중, 자영업의 몰락, 부동산 거품 붕괴가 연쇄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지요. 사상 처음으로 외부 충격(1997년 국제통화기금(IMF)구제금융 사태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이 아닌 내부 요인으로 한국 경제가 심각한 위기로 치달을 수 있습니다. 집값 상승에 따른 정책 불신과 불안을 하루빨리 걷어내 부동산 시장이 정상화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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