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제4차 방북 전격 철회에 이어 한·미 연합훈련 재개 카드까지 들고 나왔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은 지난 6월 12일 미·북 정상회담 직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조치다. 그런 점에서 훈련 재개 움직임은 북핵 문제의 ‘이벤트 거품’이 빠지고 냉정으로 회귀한다는 의미가 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28일 “한·미 연합훈련을 더 이상 중단할 계획은 없다”면서 “앞으로 협상이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12월엔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가 예정돼 있고, 내년 3월 키리졸브 훈련도 준비에 착수해야 할 시점이다.

한·미 연합훈련은 북핵과 무관한 동맹 현안인 만큼, 매티스 장관의 언급은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한·미 연합훈련은 상호방위조약에 따른 훈련으로 북핵 해결 이후에도 지속돼야 한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로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를 이끌기 위한 선의(善意)의 조치”라고 둘러댔지만, 한·미 연합 전력(戰力)의 약화는 물론 동맹 자체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그 뒤 미·북 비핵화 협상 과정은 ‘선의’로 북핵 폐기를 이뤄낼 수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게 하는 역설적 효과를 발휘했다. 미국의 대북 전략이, 오는 11월 중간선거용 이벤트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를 딛고 다시 제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앞으로 많은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전체적으로 싱가포르 회담 이전으로 되돌아가 압박과 제재 강화 쪽으로 갈 가능성이 커졌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9월 평양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 교류협력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북한 철도·도로 현대화 등을 위한 남북경협 기금을 5000억 원 이상 배정하면서 경협 드라이브를 본격화할 움직임이다.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물자 지원이 ‘유엔 제재 위반이 아니다’고 해명한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문 정부와의 대북 공조에 큰 문제가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남북경협은 불가능하다. 모순처럼 들리지만, 북핵 압박 강도(强度)를 높여 핵문제를 신속히 해결하는 것이 남북 협력을 앞당기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