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절반이 영업益으로 이자 못 내

환율 등 리스크 강화나선 은행
영세 기업에 대출 문턱 더 높여

정부의 ‘생산적 금융’ 강조로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늘렸지만 대부분 우량 기업에 대한 담보, 보증 대출이기 때문에 영세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최근 제조업 둔화, 유가·환율상승,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리스크 강화에 나서 중소기업의 은행 문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등 국내 4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잔액(개인사업자대출 제외)은 총 142조881억 원으로, 지난해 말(136조7059억 원)보다 3.9%가량 증가했다. 은행권에선 경기둔화에 따른 기업 리스크 등을 고려하면 상당한 수준의 증가 폭이란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 2008년 이후 기업대출 평균 증가율(5.4%·금융감독원)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기대 이하란 평가도 나온다.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 대출이 대부분 담보와 보증서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중소기업의 은행 문턱을 높이는 요인이다. 경영상태가 양호한 우량 기업만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출은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면서 “당장 부실이 나면 모두 은행이 책임져야 해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정부가 혁신기업을 키우겠다며 담보와 보증은 없어도 성장성과 기술력이 있는 중소기업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라고 했지만, 은행들은 난감해하고 있다. 실제 지난 6월 은행권의 기술신용대출 건수는 34만1429건으로 한 달 전보다 1.4% 줄었다. 대출 잔액 기준으로 봐도 6월 증가율은 0.1%로, 3.4%(4월)→2.5%(5월)에 이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최근 최저임금 상승, 글로벌 무역 전쟁 등으로 은행들이 중소 제조업에 대한 리스크를 강화하면서 영세 중소기업의 은행 문턱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중소기업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8월 중소기업건강도지수(SBHI)는 82.0으로, 넉 달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중소기업들이 금리가 높은 2금융권으로 향하면서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중소기업이 전체의 44.1%에 달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0년 이후 최대치다. 중소기업 절반가량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유가와 환율 상승, 미국 금리 인상까지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 중소기업 대출의 ‘옥석가리기’는 더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