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4일 오전 10시 현재 한반도 강원 지역을 관통하는 제19호 태풍 ‘솔릭’과 일본 열도를 지나 동해에 자리 잡은 제20호 태풍 ‘시마론’의 모습. Earth Nullschool 연구소 홈페이지 캡처

제주 접근 뒤 느리게 이동하며
강풍·폭우로 에너지 크게 소모
정오에 강릉 통과 동해상으로

태풍 간섭 ‘후지와라’ 효과관련
기상청 “日서도 안 쓰는 용어에
과학적 입증부족… 더 연구 필요”

제19호 태풍 ‘솔릭’(SOULIK·미크로네시아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폰페이섬 족장’을 뜻함)이 예상보다 큰 피해를 주지 않고 24일 정오쯤 강원 강릉 지역을 통해 동해상으로 빠져나갔다. 애초 ‘솔릭’은 강한 중형 태풍으로 북상해 느린 속도로 수도권 지역 등을 강타할 것으로 예보됐다. 예측과 달리 제주 부근에서 예상보다 오래 머물며 많은 비와 바람을 쏟아부은 상태로 내륙에 진입했고 이후 세력이 급격히 약해졌다. 이날 오후 태풍이 빠져나간 직후 강원 영동과 동해안은 태풍 특보가 해제된다.

24일 기상청에 따르면, 솔릭은 전날 오후 11시쯤 목포 남쪽 20㎞ 부근 해안을 통해 상륙해 ‘광주∼전북 남원∼충북 영동∼강원 정선’을 거쳐 13시간 만에 한반도를 빠져나갔다.

태풍 속도가 느리고 애초 수도권보다 남쪽인 충청 지역을 관통한 것에 대해 기상청은 일본 열도를 관통해 동해로 진출한 제20호 태풍 ‘시마론’(CIMARON·필리핀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야생 황소’를 뜻함)의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추론하고 있다. 윤기한 기상청 사무관은 “보통 태풍은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움직인다”며 “시마론이 일본 열도에 자리 잡은 북태평양고기압을 동쪽으로 밀어내면서 솔릭이 예상보다 더 급격히 북동진해 한반도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솔릭은 제주에서 예상보다 오래 체류하면서 세력이 급격히 약화했고 결과적으로 내륙 피해를 줄이는 요인이 됐다.

이미지 크게보기태풍 비켜간 서울 제19호 태풍 ‘솔릭’이 느린 속도로 내륙을 통과하고 있는 가운데 24일 오전 남산 서울N타워를 찾은 관광객들이 서울시 전경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차은정 기상청 국가태풍센터 연구관은 “태풍 반경이 300㎞가 넘는 매우 큰 크기의 태풍이 북진하다가 북동진을 하려고 방향을 바꾸려다 보니 방향을 바꾸는 지점인 제주에서 체류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졌다”며 “제주에서 많은 비와 바람을 쏟아부은 솔릭이 에너지를 많이 잃으면서 내륙에 도달했을 때 힘이 많이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이번 태풍이 급속히 약화된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수치 모델링 등을 분석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상청은 솔릭과 시마론 간의 상관관계가 크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이른바 ‘후지와라 효과’(두 개의 태풍이 서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효과)가 발생하기에는 두 태풍 간 거리(1100㎞ 이상)가 너무 멀었기 때문이다. 후지와라 효과는 일본인 기상학자 후지와라 사쿠헤이가 발견해 이름을 붙인 태풍의 작용·반작용 효과를 말한다. 하지만 정작 후지와라 효과는 일본에서는 잘 사용되지 않는 기상 개념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일본 기상 용어집에는 후지와라 효과가 없고 일본 언론에서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후지와라 효과에 대한 과학적인 입증이 부족해 앞으로 더 연구가 필요한 개념이다”라고 강조했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