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가 보수 성향 집회의 위축을 겨냥한 ‘표적 입법(立法)’ 의심을 자초하고 있다. ‘국가유공자 등 단체 설립에 관한 법률’ 등 5개 법률의 개정안을 지난 17일 입법예고하면서 ‘특정 정당의 정강을 지지·반대하거나, 특정 공직후보자를 지지·반대하는 등의 정치 활동을 할 수 없다’는 규정과 처벌 조항을 신설했다. 재향군인회, 고엽제전우회, 월남전참전자회, 6·25참전유공자회 등 정부 지원을 받는 14개 보훈 관련 공법단체나 그 장(長)이 위반할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된다.

현행 5개 법률에도 ‘정치 활동을 할 수 없다’는 포괄적 규정이 있지만, 처벌 조항은 없다. 정파적 정치 활동은 금지하면서도, 국가적 사안에 대한 공개적 의사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해선 안 된다는 취지일 것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굳이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개정을 추진하는 배경은 이른바 ‘태극기 집회’ 등 보수단체들이 주최하는 집회에 보훈단체가 앞으로는 집단으로 참가하지 못하게 하려는 저의 외에 달리 있기 어렵다. 보훈처가 “개인적으로 참여하는 건 괜찮지만, 여러 명이 단체 명의로 참여하는 것도 제한된다”고 선을 그은 것도 그 연장선으로 비친다.

그런 입법은 보훈단체 간부뿐 아니라 일반 회원들의 ‘안보(安保) 집회’ 참가도 막는다. 특정 정당의 반(反)안보를 규탄하는 집회에도 단체 차원 참여는 처벌 대상 ‘정치 활동’이 되기 때문이다. 보훈처는 잘못된 시도를 단념하고, 오는 9월 6일인 입법예고 만료 전에 개정안을 철회하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