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산하 기구가 불법(不法) 폭력 시위에 사실상 면죄부를 주라고 했다. 경찰청 훈령을 근거로 한 설치의 위법성 논란까지 제기됐던 인권침해사건진상조사위원회는 서울 도심을 무법천지로 만든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대회 주최 측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취하를 21일 경찰에 권고했다.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조사위는 “경찰도 피해를 봤지만, 물대포로 사망한 시민이 있고, 집회 주최 단체와 시민의 자유가 침해당했기 때문에 그 손해에 대한 반성과 사과 차원에서 경찰이 소송을 철회하라”고 했다.

시위대의 백남기 씨가 경찰 물대포를 맞았고, 그 후 병원에서 사망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당시 시위대는 경찰관과 의무경찰 등 92명을 부상하게 하고, 경찰 버스 52대를 부쉈다. 소화기·무전기 등 경찰 장비를 탈취·파손하며, 버스 주유구에 불을 붙이려고도 했다. 그 시위를 주도한 한상균 전 민노총 위원장에 대해 대법원이 3년 징역형을 확정했던 이유다. 경찰이 2016년 2월 민노총 등을 상대로 3억8620만 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한 것은 당연하다. 불법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과 민사 문책 모두 공권력의 책무다. 그런데도 조사위가 시위대 아닌 경찰을 향해 “사과와 반성” 운운한 것부터 반(反)법치 선동의 궤변이다.

권고안은 조사위의 경찰 추천 3명뿐 아니라 시민단체 추천 위원 7명 중 일부도 반대했으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회장 출신의 유남영 위원장 등이 밀어붙였다고 한다. 경찰청 어느 인사는 “권고안 수용 가능성이 크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공권력의 존재 이유와 법치의 엄정성을 분명히 확인시켜줘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