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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를 차버린 스파이’

코믹 액션영화 ‘나를 차버린 스파이’(감독 수잔나 포겔·사진)는 두 명의 여성 주인공을 내세워 쉴 새 없이 웃기며 화끈한 액션으로 후련한 쾌감을 선사한다. 이 영화는 복잡한 설정 없이 ‘007’ 시리즈 ‘나를 사랑한 스파이’를 패러디한 제목 그대로 스파이인 남자 친구로부터 갑작스럽게 차인 주인공이 얼떨결에 친구와 함께 피 튀기는 스파이의 세계로 뛰어들어 펼치는 소동극을 담았다. 이것저것 따지고 생각할 것 없이 그냥 보고, 웃고, 즐기면 되는 ‘킬링타임용 팝콘무비’다.

시장통에서 스파이 드류(저스틴 서룩스)가 정체불명의 적들을 쏘고, 죽이는 액션으로 시작된 영화는 서른 살 생일 날 드류로부터 문자로 이별 통보를 받은 슈퍼마켓 카운터 직원 오드리(밀라 쿠니스)가 왈가닥 절친 모건(케이트 맥키넌)과 칙칙한 생일파티를 벌이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오드리는 드류가 CIA 요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범죄조직으로부터 쫓기는 신세인 드류가 오드리의 집을 찾아와 총에 맞고 죽으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드류는 오드리에게 트로피를 넘겨주며 그 속에 세계의 파멸을 막을 무언가가 있다는 유언을 남긴다. 오드리는 드류의 지시대로 베른이라는 사람에게 트로피를 전달하기 위해 모건과 함께 생애 첫 유럽 여행에 나선다.

두 주인공 밀라 쿠니스와 케이트 맥키넌의 역할 분담이 명확하다. ‘블랙 스완’의 쿠니스는 안정적으로 극을 이끌며 러브라인을 형성하고, 미국 대표 코미디 프로그램 ‘SNL USA’의 간판스타인 맥키넌은 쉴 새 없이 풀어내는 입담과 몸개그로 웃음을 책임진다. 특히 맥키넌은 능청스러운 연기와 화장실 유머, 공중 곡예 등 몸 사리지 않는 연기로 폭소를 자아낸다. 후반부 액션은 영국 첩보기관 MI6 요원 세바스찬(샘 휴건)이 전담한다.

빈과 부다페스트, 프라하, 파리, 암스테르담, 베를린, 빌뉴스, 로스앤젤레스, 도쿄 등 9개 도시를 돌며 펼쳐지는 영상이 눈을 즐겁게 한다.22일 CJ CGV 단독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