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현직판사 두번째 공개소환
첫 소환 부장판사 추가로 불러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에 근무하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문건을 다수 작성한 현직 부장판사가 검찰에 소환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13일 오전 울산지법 정모 부장판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현직 판사에 대한 검찰의 공개 소환조사는 이번이 두 번째다. 또 검찰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법원행정처에 근무하며 법관 사찰 등 문건을 만든 창원지법 마산지원 김모 부장판사를 지난 8일 공개 소환한 이후 9일과 주말에도 추가 소환해 조사했다.

이날 정 부장판사는 검찰에 출석하며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의 지시로 문건을 작성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상세한 내용은 검찰에 말하겠다”고 답했다. ‘재판부에 복귀해서도 재판 거래 의혹 문건을 다수 작성한 의혹이 있는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도 “조사 과정에서 상세히 말하겠다”고 답했다. ‘청와대에 왜 출입했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검찰은 정 부장판사를 상대로 의혹 문건들을 어떤 경위로 작성했고 어디까지 보고했는지, 법원행정처를 떠난 뒤에도 관련 문건을 만든 이유는 무엇인지 캐물었다. 정 부장판사는 2013년 2월부터 2년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으로 근무하면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관련 검토’‘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 관련 검토’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제기된 문건들을 다수 작성했다. 2013년 8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 1심 재판이 진행되던 시기 청와대를 한 차례 방문하기도 했다. 행정처 근무를 마치고 서울중앙지법으로 옮긴 뒤에도 법관들의 익명 커뮤니티 동향을 파악해 법원행정처에 보고했다. 검찰은 정 부장판사가 이들 문건을 작성한 경위와 구체적 실행 여부 등을 따져 직권남용·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판단할 방침이다.

또 검찰은 양승태 대법원장 때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법안의 대표발의자였던 판사 출신인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수사 방어 전략을 검토한 정황이 담긴 문건을 작성한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판사는 재판의 쟁점은 검토했지만 판결 대응에 관련된 내용은 아는 바 없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