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일러스트 = 김정훈 기자 kimjh@

지방대, 학령인구 감소 직격탄
수도권 대학까지 위기감 확산
수요 많은 中에 사무소 설치도

등록금 동결·임금인상 등 압박
서울지역도 재정보완 수단으로

경기 북부의 4년제 일반대학인 A 대학 입학팀장 B 씨는 2주에 한 번꼴로 베트남에 다녀온다. 지인들이 “무슨 베트남 여행을 그리 자주 가느냐”고 부러워할 때마다 “속 모르는 소리 말라”고 손사래를 친다. 여행은커녕 현지 교육기관을 접촉해 유학 자원을 끌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9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학 정원 부족이 심각해 존폐를 걱정해야 할 처지여서 한가롭게 앉아 있을 시간이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 지역 대학들도 10년째 등록금 동결에 교원 인건비 등 경상경비 압박으로 재정 부담을 느끼자 한국어 과정 등 비학위 과정에 외국 학생을 유치해 재정 보완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유학생 전담위원회, 지원팀 가동과 함께 해외유학박람회 참석, 유학설명회 개최, 외국인 유학생 센터 설립 등을 앞다퉈 추진하고 있다. 또 다른 충청·경북 지역의 C, D 대학은 중국에 사무소까지 설치하며 외국 학생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 지역 E 대학 관계자는 “충청, 경북의 여러 대학이 정원 부족 사태를 겪자 중국, 베트남 등 유학 수요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강화해 학생 유치에 나서고 있는데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일부 대학은 일단 무작위로 학생을 유치한 후 정원이 부족한 과부터 우선 배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정원 미달이 현실화하면서 중국, 베트남, 몽골 등 동북·동남아시아 국가 중심으로 외국 학생을 긴급 수혈하느라 사활을 건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구조 조정 차원에서 진행되는 교육 당국의 기본역량진단으로 재정지원 제한, 정원감축 등의 위기 상황이 목전에 닥치면서 외국인 학생 유치 각축전은 지방 전문대, 일반대를 넘어 수도권 대학으로까지 확산하는 분위기다. 국가교육통계에 따르면, 고졸자 대학 진학률이 2015년 70.8%, 2016년 69.8%, 올해는 68.9%로 지속해서 떨어지면서 대입 정원이 고졸자를 웃도는 현상이 가시화하고 있다. 교육계 관계자는 “이미 지방 일반대, 전문대는 정원 미달로 미충원 사태가 일반화됐고 해외에서 입학 자원을 어떻게든 끌어오기 위해 경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 형편”이라며 “대학 자구 노력만으로는 해결 범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경기 남부의 F 대학 모 교수는 “부족한 학생을 어떻게든 끌어들여 맞춰야 대학 운영이 가능하다는 부담 때문에 밤잠을 설친다”고 말했다.

국내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은 2006년 3만2557명에서 지난해에는 12만3858명으로 280% 늘었다. 이 가운데 단기 어학연수 등 비학위과정은 9933명에서 5만1826명으로 421% 증가했다. K-팝 등 한류 선호, 교육 당국의 유학 유치 계획인 ‘스터디 코리아 프로젝트’ 등에 따른 자발적 증가도 있지만 수년 새 정원 미달로 각 대학이 단기유학생 유치에 뛰어든 영향도 적지 않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계 관계자는 “외국인 학생 유치는 대학의 글로벌화, 연구성과 향상,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는 필요하다”며 “하지만 정원을 못 채우는 대학의 운영 유지 수단으로 변질돼서는 곤란하기 때문에 유학관리서비스 매뉴얼 보완 등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민종·이희권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