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 英버밍엄대 보고서

쓸수록 온난화·대기오염 부추겨
냉매 온실가스 배출 피해 심각
이산화탄소보다 1만배 악영향
냉각장치 30년뒤 2.5배 증가
에너지효율 향상 노력 급선무

지구온난화로 갈수록 여름이 뜨거워지면서 냉각장치의 대명사이자, ‘에너지 대식가(大食家)’로 불리는 에어컨과 냉장고의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약 30년 뒤 보급 대수가 2.5배 정도 증가해 대기오염과 지구온난화를 악화시키는 주범이 될 것이란 보고가 나왔다. 무더위가 냉각장치 사용량을 늘리고 이로 인해 지구는 더 뜨거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초미세먼지와 오존 발생량 증가로 인한 사망자 수도 급증한다는 분석이다.

8일 영국 버밍엄대학의 ‘시원한 세계’(A Cool World)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에어컨과 냉장고 보급은 2018년 36억 대에서 2050년에는 95억 대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95억 대를 매년 가동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양은 약 7500테라와트시(TWh)로, 2017년 기준 중국(5683TWh)·인도(1156TWh)·일본(1019TWh)의 에너지 사용량을 합친 양과 비슷한 규모다. 버밍엄대 연구팀은 “95억 대의 7500TWh는 기술 발전에 따른 에너지 효율성 증대를 고려해 추산한 값”이라며 “만약 기술 발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전력 사용량은 9500TWh로 증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특히 현재 냉각장치 사용으로만 연간 약 40억t CO2e(이산화탄소환산톤)가 배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 세계 발전소와 공장에서 직접 배출하는 이산화탄소(CO2)의 11.8%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에어컨과 냉장고에 냉매로 사용되는 ‘수소불화탄소’(HFCs)는 이산화탄소보다 온실가스 효과가 1만 배 이상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에어컨 작동으로 인해 뜨거운 공기가 밖으로 배출되면서 외부온도 역시 약 1도 이상 상승시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위스콘신대 연구팀은 에어컨 가동에 필요한 추가 전기 생산으로 앞으로 30년 정도 후면 미국 동부지역 여름철(7월)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현재보다 61.1%, 오존 농도는 15.9% 각각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로 인해 미국 동부 지역에서만 초미세먼지(PM2.5)로 매년 1만3547명, 오존으로 3514명이 추가 사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전문가들은 생명을 위협하는 불볕더위에 무조건 에어컨과 냉장고 사용을 줄일 수도 없는 만큼 기술 발전에서 답을 찾기를 권고한다.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에어컨·냉장고의 냉매와 에어컨 실외기를 친환경적으로 바꾸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노력이 선행돼야 지구온난화를 늦출 수 있다는 지적이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개인소득 증대로 개발도상국에서 에어컨 사용량이 크게 늘 전망”이라며 “기술발전을 통한 에너지효율 극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IEA는 현재 출시된 에어컨의 에너지 효율이 가격이 비싼 고효율 에어컨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