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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의 골목식당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뚝섬편 경양식집 논란으로 방송 신뢰성이 도마 위에 올랐는데, 최근에 그 사장이 SNS에 올린 해명 글 때문에 다시 한 번 방송 신뢰성이 의심받고 있다.

먼저, 방송 당시에 있었던 논란은 지상파 맛집 소개 프로그램에 대한 것이었다. ‘골목식당’에서 해당 경양식집 사장은 여러모로 미숙한 모습이었다. 메뉴 구성도 오락가락했고, 고기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느낌이었다. 심지어 덜 익힌 고기를 손님에게 내는 모습까지 방송됐다.

많은 맛집을 찾아다니며 연구했다고 했지만, “어디 어디 갔느냐”고 묻자 학교 구내식당 등을 언급해 빈축을 샀다. 그런 사장의 경양식집이 과거 지상파 프로그램 맛집 소개 코너에 등장했다는 것이 알려져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이 경양식집은 ‘장인의 맛집’으로 소개됐다. ‘맛의 혁명’이라며 극찬하는 내레이션이 나오기도 했다. 손님 인터뷰에선 모두 맛에 감탄한 모습이었고, 업소는 손님으로 가득 찼다. 그런데 ‘골목식당’에서 방송된 이 경양식집은 손님이 그리 많지 않았고, 음식을 먹으며 감탄하는 사람도 없었다. ‘골목식당’에서 사장은 자기 스스로를 ‘아마추어’라고 표현했고, 그저 책 몇 권 보고 요리를 피상적으로 익힌 사람으로 그려졌다.

이러니 맛집 소개 프로그램의 신뢰성이 무너진 것이다. ‘골목식당’에서 이 사장은 심지어 돈가스 고기 손질의 기본조차 모르는 상태였다. 그런데 맛집 소개 프로그램에선 동서양의 맛을 종합한 최고의 셰프 같은 느낌이었다. 이런 맛집 소개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그렇게 맛집 소개 프로그램의 신뢰성이 붕괴했는데, 최근엔 경양식집 사장의 해명으로 ‘골목식당’의 신뢰성에 흠집이 갔다. 이 사장은 자신이 책으로 요리를 익힌 사람으로 묘사된 것이 ‘골목식당’의 연출이라고 했다. 책을 쌓아놓고 연구하는 모습도 제작진이 시켜서 찍었다고 했다. 학교 구내식당 등을 다니며 연구했다는 황당한 대사도 제작진이 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밖에 시청자에게 질타를 받은 일부 설정이 편집에 의해 충분한 내용이 전달되지 않아 오해가 생긴 부분이 있다고 했다.

한쪽의 주장일 뿐이지만, 방송의 일반적인 관행에 비춰 개연성이 있는 말이다. 방송은 출연자를 하나의 캐릭터로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 리얼리티 예능도 마치 드라마처럼 출연자들에게 캐릭터를 부여하고 그 캐릭터들이 울고 웃는 반전과 감동의 시나리오를 통해 구성된다. 이것이 심해지면 ‘악마의 편집’이 된다. 과도한 시나리오 짜 맞추기식 편집으로 현실에서 완전히 벗어난 작위적 예능이 되는 것이다.

연예인이 대상일 때는 상당 부분 용인되지만 일반인이 대상일 때 문제가 커진다. 일반인에게 덧씌워진 예능 캐릭터가 그에 대한 낙인이 돼 현실세계에서 피해를 보게 하기 때문이다. ‘골목식당’은 비교적 신뢰도가 높았는데 이런 프로그램마저도 시나리오 짜 맞추기 ‘악마의 편집’ 관행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경양식집 사장의 주장이 말해준다. 이러니 맛집 소개 프로그램에서 ‘골목식당’에 이르기까지 방송 전반의 신뢰성이 의심받게 된 것이다. 우리는 거짓 영상을 보고 있는 걸까? 그러지 않아도 방송은 위기 국면이다. 신뢰까지 잃으면 시청자는 더욱 방송을 외면하게 될 것이다.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