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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권 경제평론가 前 자유경제원장

지난해 일자리 예산이 17조 원가량 집행됐다. 실직자 등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의 구직 활동에 도움을 준다는 명목이었다. 다만, 정부의 어마어마한 예산 지원에도 불구하고, 6개월 이내에 취업한 사람의 비율은 약 40%에 그쳤다. 취업에 성공한 사람도 6개월 이상 일한 경우는 60% 정도다. 결국, 17조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교육시켜도, 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약 25%에 불과하다. 이 정도면 일자리 예산정책의 효과는 실패라고 평가해도 무방하다. 올해도 약 19조 원의 일자리 예산이 집행될 예정이지만, 일자리에 대한 근본적인 사고 전환이 없는 한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매우 짙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부터 일자리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올바른 행보였다. 그러나 일자리 정책의 방향을 잘못 짚었다. 정부는 일자리 관련 예산을 확대하고,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정도의 열성만 보여주면 일자리가 저절로 생길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 일자리는 정부에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민간, 즉 기업이 만드는 것이다. 정부에서 만드는 일자리는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것이기에 진정한 의미의 일자리라고 볼 수 없다. 진정한 일자리는 새로운 부가가치가 수반돼야 한다. 기업이 상품을 많이 팔아 이윤을 창출하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일자리가 경제적 의미의 일자리다. 이는 기업이 흥하면 일자리가 많이 생기고 망하면 일자리가 없어지는 원리이기도 하다.

일자리가 민간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경제 구조를 이해했다면 정부의 역할은 분명해진다. 기업이 잘될 수 있도록 도와 일자리를 창출시키는 거다. 그러나 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소득주도 성장을 경제정책으로 내세웠다. 소득주도 성장의 기본 골격은 이른바 잘나가는 대기업의 경제활동을 규제하는 거다. 덩치가 크다는 이유로 세금을 올리고, 규제를 강화하는 정책이다. 정부의 온갖 간섭을 받은 대기업은 투자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강제로 최저임금을 올리고, 근로시간을 대폭 줄이며 노동 가격을 규제했다. 노동 가격이 올라가면 기업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외국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곧, 정부가 개입한 만큼, 일자리 감소는 필연이다. 노동 가격을 높이는 일련의 정책으로 인해 그나마 있던 기업의 일자리도 줄여나가고 있다.

현 정부는 이러한 근본적인 구조 문제를 무시한 채, 실업자들의 인적자본 질을 높이기만 하면 취업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잘못된 생각이다. 거의 ‘완전 고용’ 상태인 일본은 현재 사람 구하기가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따라서 숙련된 노동자나 전문가를 필요로 하는 직종의 경우, 외국인을 고용하기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 굳이 정부가 나서서 인적 자본의 질을 높이지 않아도, 기업 스스로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 거다. 필요 시 기업에서 직접 교육을 통해 인적자원의 질을 높이는 자생적 교육을 담당하기도 한다.

정부의 일자리 예산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일자리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없이 기업 규제를 확대한다면 일자리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이제라도 정부가 ‘기업 기 살리기’ 정책을 펴야 하는 이유다. 앞으로 일자리 예산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때 투입되는 정부 예산은 기업이 부담하는 몫이 크다. 그러므로 일자리 예산을 늘릴수록 기업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일자리 예산으로 인해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드는 ‘폐단의 악순환’을 겪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