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韓·美·北·中 집결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2018 아세아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하기 위해 3일 각국 외교 수장들이 현지에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 왼쪽부터 강경화 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리용호 북한 외무상, 왕이 중국 외교부장. 연합뉴스·뉴시스

트럼프, 北 유해송환 친서 답신
양측, 협상 교착상태 타개 시도

美‘비핵화조치 먼저’입장 여전
협상 - 압박 ‘강온책’ 계속 쓸 듯
北, 韓 통해 제재 일부완화 노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친서외교’를 통해 교착상태인 북핵 협상 돌파구 마련에 들어갔다. ‘6·12 미·북 정상회담’ 이후 후속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양국 정상이 나선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향후 북한 비핵화 조치와 종전선언 등 핵심 쟁점을 놓고 본격적인 수싸움을 전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이번 3차 ‘친서 외교’의 시발점은 지난 1일 북한의 한국전쟁 참전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이다. 김 위원장이 ‘6·12 싱가포르 선언’에서 합의한 공약을 이행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2일 “훌륭하고도 사랑하는 전사자 유해를 고향으로 보내는 과정을 시작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준 데 대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감사한다”고 환영했다. 일단 김 위원장의 유해송환과 친서 전달은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 일고 있던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어느 정도는 해소하는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의혹 보도 이후 커지고 있는 워싱턴 정계의 비핵화 회의론을 묶어둘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있다. 실제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북한이 지킨 유해송환 약속은 우리가 만들어가고 있는 진전의 증거”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최초의 미·북 정상회담이라는 ‘외교 업적’을 지키기 위해서 현재의 미·북 비핵화 협상에 대한 불씨를 적어도 11월 6일 중간선거 전까지는 살려 놓아야 정치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다.

하지만 갈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핵심 쟁점인 북한 비핵화 조치 이행과 대북체제 안전보장을 둘러싼 미·북 간 입장차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시설 신고와 제3자 검증 등 선(先)비핵화 조치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선(先)종전선언과 함께 개성공단 재가동·금강산관광 재개 등 대북제재 완화를 원하고 있다. 특히 북한이 문재인 정부에 개성공단 재가동에 나설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면서 제재 완화 여부를 놓고 한·미 간 균열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벌써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치켜세우면서도 북한을 상대로 ‘협상 진전 요구’와 ‘제재와 압박’이라는 강온책을 적극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백악관은 이날 제2차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전체가 비핵화되기 전까지는 완전히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북한을 압박했다. 국무부 고위 관계자도 3∼4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북한 측과의 접촉 가능성은 열어놓으면서 “참가국들에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북핵 협상 목표를 상기시키고 대북제재 유지 동참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