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온몸으로 너를 맞이하려 하지만 아직 준비가 덜 돼 있는지 너는 나를 반겨주지 않는구나. 2018년 작. 김영화 화백

골프 샷

요즘 국내 여행업계에 ‘공정여행’ 바람이 불고 있다. 공정여행이란 나만 행복한 게 아닌, 현지인과 함께 행복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서울 북촌마을, 안동 하회마을 등에 사는 주민들은 허락 없는 사진 촬영으로 삶의 영역을 침범당하고 있다. 제한된 개방 시간도 없이 24시간 노출된다. 행복권리 추구권을 상실당한 것이다. 이에 국내 여행 단체나 여행관계자들은 공정여행 실현을 위한 노력과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지난 1989년 해외여행 자율화가 시작됐다. 2000년 초반까지는 패키지 여행이 주류를 이뤘고, 이후 개별 자유여행인 FIT(Free Independent Tourism) 상품이 대세였다. 여행 자율화 30년에 공정여행 문화를 지향하는 것은 바람직스러운 일이다.

골프계에도 ‘공정 골프문화’가 자리 잡기를 희망해본다. 골프가 국내에 들어온 지 100년이 넘었다. 30년 된 여행에 비해 3배의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골프 공정성은 아직도 묘연하다. 공정성이란 집단 혹은 사회의 조직적 생활 과정에서 인격 대우를 공평하게 받을 권리를 말한다.

그런데 골프장을 가보면 공정성을 훼손당하는 일이 많다. 조용하고 넉넉한 공간에서 편안하게 골프를 즐기고 싶지만,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라커룸, 목욕탕, 필드에서 큰소리를 내며 웃고 떠들고 심지어는 싸움까지 한다. 골프의 룰과 에티켓 정신이 무엇이겠는가.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하려는 노력이다. 그런데 플레이하면서 한쪽은 엄격하게 룰을 지키고, 한쪽은 수시로 터치 플레이와 멀리건을 남발한다면 과연 유쾌한 팀 라운드가 될까.

지인 중 유명인 골퍼가 있다. 70대 중반의 스코어를 내는 그는 가끔 70대 스코어 사수를 위해 무리수를 둔다. 러프나 나무 뒤에 공이 있을 때 공을 슬쩍 들고나와 치기 좋은 평지에 놓고는 “찾았다”면서 플레이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 친구만 모르지 플레이하는 모든 사람은 그의 행동을 다 안다는 점이다. 그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어야 한다고들 말하지만, 골프만큼 지적하기 어려운 운동은 없다. 아마도 양심 운동이기에 더 그런 것 같다. 주변 지인들은 필자에게 친한 동생이니 말을 좀 하라고 권한다. 왜 그럴까. 이 역시 같은 기준의 룰과 에티켓 적용이 아닌 공정성 훼손 때문이다.

대부분 3자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로 공정성을 평가한다. 하지만 정작 자신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하기만 하다. 최근 바람이 불고 있는 공정여행은 “내가 하고 싶은 여행을 하면서 내가 머무르는 동안 나뿐 아니라 나를 맞이하는 사람도 기뻐야 하는 것”이다. 골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내가 하고 싶은 골프 라운드를 하면서 나뿐만 아니라 나와 함께하는 모든 사람이 행복해야 한다. 공정 골프의 확산을 기대해 본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