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교육감賞 최태훤 양

엄마, 안녕. 나는 엄마의 딸, 태훤이야.

항상 어버이날 카드에 썼던, 날 낳아주시고 길러주어서 고맙다는 감사 인사와는 조금 다른 말을 해보려 해.

난 엄마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고 있어. 엄마는 날 책임지고 보호해줬어. 아플 때면 옆에서 꼼짝하지 않고 간호해주고, 나에게 얼마나 많은 사랑을 주었는지 몰라. 내가 표현을 잘 안 하지만 나도 엄마를 많이 좋아하는 거 알지?

그리고 엄마, 난 엄마가 내게 잘 해주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점에 대해서도 오히려 감사하게 여기고 있어. 가난했으니까 절약하는 습관도 지닐 수 있었고 내가 잘해온 것에 비해 못 받은 칭찬 덕분에 자만하지 않고 겸손해질 수 있었어. 그러니 내게 험한 말 하고 아픔을 준 점을 자책하지 않아도 돼. 내게 해준 모든 것에 감사해.

내가 ‘나’를 찾고 내 길을 걸어 나갈 수 있게 되면서 나는 내게서 엄마를 봤어. ‘엄마’가 아닌 엄마라는 사람을 봤어. 나는 그동안 엄마가 나에 대해 모르는 점을 섭섭하게 생각했는데 정작 나는 엄마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게 없더라.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야. 엄마라는 이유로 지게 된 부담과 억압을 나는 눈치채지 못했어.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잖아.

나는 엄마가 아주 가끔 슬퍼서 울 때 엄마도 그냥 나처럼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어. 항상 이겨내는 강한 사람이 아니고 약해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야.

그런 엄마를 통해 많은 것을 겪으면서 나는 누군가를 이해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키울 수 있었어. 내 엄마가 되어줘서 고마워. 그러니까 이제부턴 엄마가 ‘엄마’ 아닌 엄마의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 책도 쓰고, 엄마가 좋아하는 고구마 한가득 먹으면서 엄마만의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어.

엄마는 내게 가족이었고 스승이었고 친구였고 거울이었어. 엄마가 지어준 내 이름처럼 가장 크고 따뜻한 사람이 될게. 그리고 사랑할게. 엄마의 딸이라서 정말 행복한 태훤이가.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