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제재 비웃듯… 北·中 교류 활발 26일 중국 단둥시 중조우의교(조·중 친선다리)에서 북한으로 입국하는 중국인 관광객을 태운 버스들이 줄지어 통관을 기다리고 있다.(왼쪽 사진) 이날 단둥역 광장에서는 북한 보따리 무역상들이 분주하게 오가는 모습이 목격됐으며 단둥시 위안바오취(元寶區) 충젠중제(崇建中街)의 수산시장에서는 중국인들이 밀수된 북한산 꽃게를 구입하고 있었다.

- 北·中 접경 최대도시 르포

평양發 ‘85’열차, 단둥 정차
김정일 배지 달고 대거 내려
“北서 매일 100여명 들어와”

北신의주∼中단둥 ‘우의교’
北화물차·中관광버스 줄지어
유커 “묘향산·평양 갔다왔다”

‘제재 품목’ 북한産 꽃게·해삼
수산물시장에서 버젓이 판매
“北선박 통해 변경무역 반입”

소식통 “단둥 北노동자 2만명
제재 이후에도 전혀 안 줄어”
中서 對北원유공급 소문 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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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오후 5시쯤 북·중 접경지역인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의 역 광장. 평양에서 출발해 베이징(北京)으로 가는 국제열차 ‘85’가 단둥역에 4시 25분에 도착한 뒤 입국 수속을 마친 사람들이 트렁크를 끌고 출구 쪽으로 우르르 몰려나왔다. 가슴에 한결같이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단 북한 사람들이 마중 나온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20대로 보이는 북한 여성들은 파란색 블라우스 등 세련된 옷차림이었다. 흰색 와이셔츠를 입은 한 북한 남성은 조선족 사업가와 서서 소곤소곤 얘기를 나눴다. “도장은 다 준비해 놨으니 (사업에 대해) 아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은 또렷이 들렸다. 단둥 소식통에 따르면, 이런 북한 남성들은 이른바 ‘무역 일꾼’으로 올해 세 차례 북·중 정상회담으로 북·중 밀착 관계가 깊어지면서 양국 경제 교류 및 협력의 최선봉에 나서고 있다. 매일 100여 명의 북한 사람이 기차를 이용해 단둥에 들어오고 있다. 잠시 후에는 손깃발을 들고 기다리는 중국인 여행가이드 쪽으로 유커 10여 명이 몰려들었다. 한 유커에게 어디를 다녀왔느냐고 물었더니 “3박 4일간 묘향산 등을 거쳐 평양 관광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라고 말했다.

북·중 접경지 최대 도시로 인구 250만 명인 단둥이 최근 몇 개월 사이에 도시 전체가 들썩거리고 있다. 시내 곳곳에는 중국을 오가는 북한 무역일꾼과 한족이 운영하는 공장과 식당 등에 고용된 북한 노동자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관광 성수기인 데다 북한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 중국인 관광객들도 중국 남부지역 등에서 끊임없이 몰려왔다. 북·중 교역의 70% 이상이 이뤄져 양국 경제 교류의 상징이자 북한 신의주와 단둥 도심을 잇는 ‘중조우의교(中朝友誼橋)’에서는 최근 매일 오후 통관 수속을 기다리는 북한 화물차량과 관광버스 등이 밀려 있는 풍경을 관찰할 수 있다.

중조우의교 바로 옆에 있는 대표적 관광 명소인 압록강단교(斷橋) 역시 중국 국기인 ‘훙치(紅旗)’ 깃발 아래 유커들이 신의주를 향해 휴대전화로 연신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 시각 중조우의교에 ‘묘향산려행사’라는 글씨가 적힌 연두색 관광버스 5대가 줄지어 단둥으로 들어왔다. 그 앞에는 미니버스 10여 대가 있었다. 400위안만 내면, 중국인들은 신분증만 있으면 강 건너 신의주 당일치기 관광을 할 수 있다. 단둥에서 바라보면 신의주 쪽에 10층 이상의 건물 신축 공사가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을 육안으로 볼 수 있다.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한 호텔 등 인프라 건설로 관측되고 있다.

6·12 미·북 정상회담 이후에도 대북제재 국면이 지속되고 있지만 북·중 접경지역이 이처럼 흥청거리는 것은 그만큼 곳곳에서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에 구멍이 뚫려 있음을 역설한다. 실제로 올 1월 폐쇄됐던 단둥지역 북한 식당들은 북·중 교류 확대 속에 소유권이 중국인들에게 이전됐는지 확인되지 않은 채 류경식당, 평양고려식당 등 20여 곳이 최근 일제히 영업을 개시했다. 한국 손님들이 들어가도 북한 종업원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받아주고 있다. 식당 넓은 홀에는 한국인, 중국인 관광객, 조선족 손님들이 섞여 식사를 했다. 지난해 대북제재로 해외 북한 노동자들의 신규 취업이나 계약 기간 연장을 금지했지만 단둥 시내에서는 북한 노동자로 보이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지역 소식통은 “단둥지역 북한 노동자가 2만여 명인데, 제재 이후에도 숫자가 줄지 않고 있다”며 “이는 북한이나 중국에서 뭔가 편법을 쓰거나 명백한 제재 위반을 하지 않고서는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19∼20일 북·중 3차 정상회담 이후 중국의 대북 원유 공급이 크게 늘어나 이미 올해 상한선인 400만 배럴(약 64만t)을 훌쩍 뛰어넘었다는 소식도 단둥에서 퍼지고 있다.

단둥 시내 수산물시장인 ‘둥성스다오차오(東昇四道橋)’에 가봤더니 북한산 꽃게와 해삼 등이 버젓이 팔리고 있었다. 지난해 8월 북한산 수산물과 석탄 수출을 금지하는 유엔 제재 결의가 통과됐지만 제재 이완 분위기를 타고 밀무역을 통해 북한산이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북한산 수산물의 중국 내 유통은 대부분 단둥에서 이뤄지며, 냉동창고 200∼300곳과 수산물 가공업체들이 이곳에 몰려 있다. 북한산 꽃게를 파는 가게 주인은 어떻게 들여왔는지 묻자 “변경무역으로 북한 선박을 통해 가져왔다”고 태연스럽게 답을 했다. 중조우의교를 통해 들어오는 일명 ‘도강(渡江)차’ ‘빵통차(컨테이너)’로 불리는 트럭 물류 차량도 제재 이전에 비해 100% 늘었다고 단둥 소식통은 전했다.

접경지역의 대북제재 구멍이 커지고 있지만 중국은 제재 이완을 경고한 미국을 의식해서인지 때로는 강도 높은 단속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단둥 소식통은 “최근 북한과 밀무역을 한 중국 기업인 7명이 지역 공안이 아닌 중앙 공안 경제팀에 잡혀갔다고 한다”며 “중국이 북한에는 선물을 줘야 하고, 미국 눈치도 봐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제재 완화에 대비한 중국과 북한의 물밑 사전 준비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단둥에서는 랴오닝성 정부가 1000억 원을 들여 신압록강대교 완공을 지원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압록강 하류 신의주와 단둥 신도시를 잇는 신압록강대교는 2014년 완공됐지만 북한 쪽 도로 정비와 세관 등 인프라 미비로 4년 동안 개통이 지연됐다. 또한 신압록강대교 인근에 위치해 중국이 50년간 무상 임차한 북한의 황금평 경제특구도 본격 제재 해제 국면을 기다리고 있다.

단둥 = 글·사진 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