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저임금심의회는 25일 오는 10월부터 1년간 적용되는 시간당 최저임금을 전년보다 3.1% 인상된 874엔(약 8850원)으로 결정했다. 2002년 지금의 최저임금 산정 방식 도입 후 최대 인상 폭이라는데, 26엔(약 262원) 늘어난 것이다. 그마저도 인상 폭이 너무 크다는 논란으로 ‘1엔’ 차를 좁히느라 10시간 넘게 진통을 겪었다. 올해 최저임금을 1060원(16.4%) 올리고, 내년에도 820원(10.9%)이나 인상한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일본 경제 규모는 한국의 3배이고, 1인당 소득도 1만 달러 정도 높다. 한국의 내년 최저임금이 8350원이지만, 일본엔 없는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1만30원으로 더 많아진다. 일본은 47개 지방자치단체별로 물가·소득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데, 국내 최저임금은 주휴수당을 빼더라도 일본 32개 지자체보다도 높다. 일본 등 외국은 지역·업종별로 달리해 최저임금의 현실 적응성을 높이고 있지만, 국내에선 딴 얘기다. 게다가 일본은 지금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다. 임금을 더 주고라도 사람을 뽑으려 하는데도, 최저임금 3% 인상이 지나치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용절벽 상황인 국내에서 과도한 최저임금은 역풍을 부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취약 사업자들에 책임을 고스란히 떠넘기는 건 비겁하다.

제조업의 심장인 울산에서 중소기업계가 이날 최저임금 불복종 운동에 나섰다. 대구·인천서도 26일 같은 움직임이 나왔다. 앞서 소상공인연합회도 ‘자율 표준 근로계약서’를 만들어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반발이 중앙에서 지방으로, 자영업에서 중소 제조업으로 확산하고 있다. 정부 정책에 묵묵히 순응해온 이들이 ‘나를 잡아가라’며 불복(不服)운동에 나선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일본 사례만 봐도 이들의 주장은 충분히 일리 있다. 문 정부는 이들 경제약자의 절규를 간과해선 안 된다. 그 출발점은 내년 최저임금 확정시한인 다음 달 5일 이전에 재심의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