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주기의 최상위 행정계획
수요예측 실패 인사 또 참여

총괄분과에 원전찬성 1명뿐
70여명 워킹 그룹서도 소수

이상고온과 폭염 장기화로 인해 합리적이고 정확한 전력 수요예측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정책목표 달성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가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제3차 에기본) 작성에 참여하는 전문가 중 원전 찬성론자는 배제해 안정적 전력 수요예측은 포기하고 ‘탈(脫)원전’ 편향성만 부각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2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제3차 에기본 워킹그룹 총괄분과에 참여하는 총 16명의 전문가 중 평소 원전가동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인사는 단 1명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에기본은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에 따라 20년을 계획기간으로, 5년 주기로 수립하는 에너지 분야 최상위 행정계획이다. 올 연말까지 확정, 발표할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당초 지난 3월 에기본 수립을 위해 워킹그룹 총괄분과에 전문가 15명을 인선했다. 이들 가운데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전력 수요 전망을 담당한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지식기반기술·에너지대학원 교수가 수요분과장과 총괄분과위원으로,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총괄분과위원으로 임명됐다. 제8차 계획은 2011년의 기상청의 중·장기 기온 전망을 토대로 전력 수요예측을 한 탓에 지난겨울 이상 한파와 이번 여름 이상고온 장기화에 따른 전력수급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제8차 계획 수립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이 3차 에기본에도 참여하는 터라 또다시 에너지 수요예측을 축소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탈원전 논란을 불식하려 총괄분과 15명 중 원자력 전공 교수 1명을 포함시켰지만, 이 인사마저 반핵인사라는 비판이 나오자 뒤늦게 이병식 단국대 원자력융합공학과 교수를 임명해 총 16명이 됐다. 구색 맞추기란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수요분과의 경우 전체 15명의 위원은 전력 수요 전문가와 신재생, 에너지전환 전문가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기저발전 관련 전문가는 전무하다. 전체 70여 명의 워킹그룹 참여 전문가 중 공급분과, 산업·일자리 분과의 극히 일부 인사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탈원전 정책에 찬성하는 사람들이라는 게 외부의 평가다.

지난 3월 워킹그룹 구성 당시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중장기 수요 분석 등 제3차 에기본 수립 과정에서 객관성·전문성·투명성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럼에도 3차 에기본 워킹그룹의 편향적 인적 구성에 대해선 산업부 측도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곽 의원은 “전력수급에 혼란을 주고 있는 책임 있는 사람들에게 3차 에기본 워킹그룹 핵심 역할을 맡기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계획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