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문화재단…‘논공행상’ 수단?

경기 지자체들 설립 가속화

평택·구리·남양주 등 추진
“市 행사 전문성 강화” 명분

낙하산 취업 악용될 가능성
시·군 재정 압박할 우려도

민선 7기 들어 경기 도내 시·군을 중심으로 문화재단 설립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지역 공연장 관리 및 예술·축제 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문화재단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많지만, 문화재단 기관장 자리가 새로 임기를 시작한 지역단체장들의 논공행상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평택시는 내년 상반기 출범을 목표로 문화재단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시는 최근 설립 타당성 연구용역을 마치고 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재단은 2021년 개관을 목표로 추진 중인 평화문화예술의전당과 문화예술회관 등 4개 공연장 관리를 맡는다. 또 그동안 시에서 주관해온 문화·예술 프로그램 행사를 대행할 예정이다. 구리시도 시립공연장인 구리아트홀을 현행 직영 체제에서 재단을 설립해 운영을 맡기기로 했다. 구리시는 다음 달 심의위원회를 열어 설립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남양주시는 지난 2015년 타당성 용역을 마치고 문화재단 설립을 검토 중이고, 파주시는 문화·관광 행정을 아우를 수 있는 재단 설립이 논의된 바 있다. 가평군도 문화재단 설립 타당성 용역을 발주할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시·군은 공연장 관리와 문화예술 프로그램, 축제 등에 전문성 부족으로 생기는 폐단을 막기 위해 문화재단 설립을 검토하게 됐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가평군의 경우 국내 최대 야외 음악축제인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을 별도의 사무국에 맡겨오다 최근 축제 사무국장이 보조금을 유용해 검찰 수사를 받는 등 재정 관리상 허점이 드러나 전문 수행기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각 시·군의 재정을 고려해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파주시의 경우 지난 2014년 타당성 용역에서 재단 설립이 자칫 시 재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단체장의 측근이나 당선에 기여한 이들의 취업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여주세종문화재단의 경우 당시 시장과 친분이 있거나 시장이 출석하는 교회의 담임목사가 이사진에 각각 임명됐다. 재단 관계자는 “임원진 구성은 적임자를 찾기 위한 노력 끝에 이뤄진 것이고, 여주 지역사회가 좁아 시장과 연관이 없는 사람을 찾기가 오히려 힘든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동언 경희대 아트기획과 교수는 “지역문화 창달이라는 취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상 단체장의 논공행상 수단이나 공무원들의 퇴직 후 자리보전 수단으로 전용될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택 = 박성훈 기자 psh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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