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기무사령부가 지난해 3월 탄핵 정국 때 작성한 계엄 검토 문건(文件)을 놓고 청와대와 국방부 장관이 이견을 보인 데 이어, 이번엔 장관과 부하가 국회에서 대놓고 폭로전을 벌이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국민 앞에서 서로 자신이 옳다고 싸우는 군(軍) 최고 수뇌부의 추태를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군에 안보를 맡길 수 있을지부터 의문이다.

2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이석구 기무사령관은 계엄 문건의 위험성에 대해 “3월 16일 송영무 장관에게 위중한 상황으로 보고했다”고 했다. 그러나 송 장관은 “그날 다른 일정으로 바빠서 놓고 가라고 했고 (이 사령관이) 놓고 갔다”고 다른 얘기를 했다. 이 사령관은 20여 분 정도 장관에게 보고했다는데 송 장관은 5분 정도 된다고 엇갈린 진술을 했다. 그러자 송 장관은 “평생 정직하게 살아왔다. 증인이 있다”고 발끈했다. 오죽했으면 “이렇게 영(令)이 안 서는 국방장관이 어디 있냐”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국방부 담당 기무부대장(대령)이 “(송 장관이 지난 9일 국실장 간담회에서) 위수령 검토 문건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내가 법조계에 문의해 보니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한다”는 발언 내용을 폭로한 것은 더 기막히다. 송 장관은 이 문건에 대해 대외적으로 “대단히 위중하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애초의 입장이 청와대의 강경 대응에 따라 바뀐 것은 아닌가.

기무사 문건 사태는 조사 중인 사안을 지레 ‘내란 음모’‘친위 쿠데타’로 몰아가는 청와대와 여당, 문건을 보고 받고도 4개월 동안 아무 조치 없이 깔아뭉갠 송 장관, 국민 앞에서 장관을 거짓말쟁이라고 고발하는 부하들의 하극상(下剋上)이 어울려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민군(民軍)합동조사단은 선입견 없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조사를 벌여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축소·은폐 또는 과장하고 있는지 밝혀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 전에 신뢰를 잃은 송 장관을 즉시 경질하고 군을 수습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