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거래 채팅방서 구매 권고
돈 받은뒤엔 갑자기 연락두절

주부를 ‘코인 송금 알바’유인
수수료 주겠다며 계좌 빌려서
돈세탁에 이용후 잠적 하기도

정부의 규제를 비웃듯 가상화폐를 이용한 각종 사기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월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를 도입, 거래소의 거래 은행과 같은 은행에 계좌를 보유한 이용자에 한해 실명 확인 후 가상화폐를 거래할 수 있도록 했지만 비공식 루트로 가상화폐 거래가 계속 이뤄지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재택 아르바이트라는 말에 속은 가정주부는 금융사기를 당한 뒤 “통장과 카드 비밀번호를 요구하지 않아 사기가 아니라고 믿었다”고 후회했다. 하루 평균 거래량이 1조 원을 넘나들 만큼 가상화폐 거래가 보편화한 상황이다.

장모(26) 씨는 24일 가상화폐 장외거래를 하다 사기를 당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장 씨는 지난 1일 한 오픈 채팅방에서 다음 날 상장이 예정된 가상화폐를 판매한다는 김모(30) 씨의 글을 본 뒤 대금 2080만 원을 송금했다. 하지만 김 씨는 가상화폐를 보내지 않고 핑계를 대다가 “사실은 팔기로 한 가상화폐를 실제 갖고 있지 않다”며 “가상화폐 구매자와 판매자를 각각 찾아 거래를 중개하려고 했지만 판매자가 돈만 받고 가상화폐를 주지 않았다”고 실토한 뒤 연락을 두절했다. 장 씨는 가상화폐를 지급할 능력 없이 현금을 받은 혐의로 김 씨를 서울 성동경찰서에 고소했다. 장 씨는 “해당 가상화폐는 최고 6000만 원까지 가치가 뛰었다”며 “늦었지만 사기 피의자를 엄벌해 앞으로는 가상화폐 장외거래 사기가 줄어들기 바란다”고 말했다.

‘코인 아르바이트’라며 구직자를 ‘제3자 사기’에 동원하는 사기 수법도 성행한다. 주부 A(38) 씨는 지난 5월 생활비에 보태려고 재택근무 아르바이트를 찾다가 한 포털 사이트에서 ‘코인 송금 아르바이트 할 사람을 찾는다’는 쪽지를 받았다. ‘전문 투자자 12명의 모임’이라고 자처한 아르바이트 모집책은 “회사 돈으로 가상화폐를 대신 매입해 주면 거래량의 1%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며 A 씨에게 가상화폐 매매 연습까지 시켰다. 6월 8일 A 씨는 자신의 계좌에 900만 원, 742만 원이 각각 입금된 것을 확인하고 모집책이 지정한 가상화폐를 매수해 전자지급으로 전송했지만, 곧 은행 계좌가 지급정지됐고 모집책은 연락을 끊었다. 알고 보니 금융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A 씨 계좌에 돈을 입금했고, 사기범이 A 씨 계좌를 돈세탁에 사용했던 것. 서울 수서경찰서는 금융사기를 도운 혐의로 A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A 씨는 “통장·카드 비밀번호를 요구하지 않아 사기가 아니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김종현 아주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는 “가상화폐에 대한 불신 때문에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블록체인 기술마저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제3의 기관이 가상화폐를 검증해 투자자를 보호하고 사기 범죄를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