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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이통사·택배 등
정부, 원가공개 밀어붙여

공개로 경쟁요인 제거돼
소비자價 되레 오를수도

앞에서 혁신성장을 외치고 있는 정부가 뒤에서는 기업 혁신 싹을 자르는 반(反)시장적 정책인 ‘원가 공개’를 산업계 전반에서 밀어붙이고 있어 경제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가 절감을 하려는 기업 혁신 동기를 제거하면, 정책 의도와 달리 상품·서비스 가격은 올라간다. 기업들이 높아진 원가를 가격에 반영하지 않을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실패를 인정하기 싫은 정부는 시장에 개입해 인위적으로 가격 통제에 나서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된다. ‘공정 경제’에 편향된 현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으로 인해 고용·투자를 일으키는 주체인 기업의 혁신성장을 정부가 나서 차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정부 재정을 쏟아붓는 식의 소득주도 성장의 한계가 명백한 상황에서, 기업 혁신을 지원해야 할 정부가 원가 공개나 이에 준하는 기업 현장 조사 등을 통해 기업의 경제활동을 봉쇄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원가 공개 선봉에 서 있다. 공정위는 17일 대기업 계열 편의점인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 본사에 대한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내년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가맹점들이 반발하자, 이들의 부담을 프랜차이즈 본사와 대기업이 나눠 지도록 하기 위한 정부의 궁여지책이라는 평가가 많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불공정 행위 조사’를 명목으로 결국 가맹점과의 거래명세 등 원가를 전방위로 파헤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앞서 공정위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물품의 상·하한 가격 공개를 강제하는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해 9월 입법 예고하기도 했다. 이동통신업계에 대한 정부의 원가 공개 압박도 강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통사의 롱텀에볼루션(LTE) 요금 원가자료를 8월 중 공개할 방침이다. 대법원이 ‘지난 서비스’인 2세대(G)·3세대(G) 요금 공개를 결정했다는 게 과기정통부의 LTE 요금 원가 공개 근거인데, 업계에서는 대법원 판단을 근거로 ‘현재 시행 중’인 LTE 요금 원가를 공개하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결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더해 과기정통부는 기업의 가격 결정권을 침해할 여지가 큰 보편요금제(월 2만 원대에 데이터 1GB, 음성 200분 이상)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이 외에도 국토교통부는 일률적 원가 산정이 불가능하다는 업계 반발에도 ‘택배요금 신고제’를 밀어붙이고 있다. 또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은 현재 12개인 아파트(공공택지) 분양원가 공개 항목을 61개 이상으로 늘리는 내용의 분양원가 공개법안을 대표 발의해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이 법안에 대해 기업의 영업기밀을 침해하고,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