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암로) 멕시코 대통령 당선인 [AP=연합뉴스 자료 사진]

- 긴축재정으로 公職 군살빼기

“정부예산, 국민에게 돌아가야”
취임땐 月640만 원만 받기로

연방정부 운영비 70% 줄이고
과도한 공무원 연금 없애는 등
연간 30兆원 절감 복지에 투입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월급을 줄이고 고위공무원들에게 제공되던 각종 보너스를 줄인 예산을 사회복지 부문에 투입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긴축재정 올인’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했다. 좌파인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우파 개혁 실험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6일 멕시코 엘 피난시에로에 따르면 로페스 오브라도르 당선인은 15일 멕시코시티 대선본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부 예산은 모든 이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대선 슬로건을 언급하며 공직사회 임금구조에 대해 대대적 개편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고위공무원들에게 제공되던 보너스를 대폭 줄이고 운전기사, 수행원, 여행 경비 등 비용을 제한하는 등 50여 가지의 비용절감 계획을 공개했다. 당선인 측은 이 같은 비용절감 계획에 따라 연방정부 운영비도 70%가량 줄인다는 방침이다.

이날 로페스 오브라도르 당선인은 개혁의 상징성을 고려해 대통령 월급부터 손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오는 12월 취임하면 엔리케 페냐 니에토 현 대통령이 받는 월급(27만 페소·약 1609만 원)의 40% 수준인 10만8000페소(약 640만 원)로 월급을 낮출 예정이다. 그는 “대통령을 비롯해 공무원 월급을 더 줄이고 싶지만 인재들이 더 많은 급여를 주는 기업으로 갈 것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또 당선인 측은 대통령을 비롯해 고위공무원들이 받던 연금에 대해서도 대대적 삭감에 들어가 공공부문에서 군살 빼기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당선인 측은 고위공무원 보너스 및 연금을 아낀 비용은 사회복지 프로그램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선 과정에서 연간 5000억 페소(약 29조9900억 원)를 절감해 복지 및 개발사업에 투입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특히 지난 11일 그는 12가지 입법 우선순위를 거론했는데 그중에는 근로자 최저임금 인상 규제 철폐가 상위 순번에 배치돼 있다. 멕시코 근로자 하루 최저임금은 2018년 기준 88페소(약 5270원)로 브라질의 절반 수준이며 칠레와 비교해 3분의 1에 불과하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당선인 측은 임기를 마치는 오는 2024년까지 이를 171페소(약 1만200원) 수준으로 올린다는 계획이다. 또 사회보장 프로그램 강화를 위해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장학금 혜택을 확대하기로 했다.

기존 정부에서 추진하던 민영화 정책과 대규모 방위사업에 대해서도 전면 백지화 혹은 재검토에 착수했다. 페냐 니에토 행정부가 추진하던 수자원 민영화 계획에 대해서는 전면 재검토하는 등 공공부문을 강화하기로 했으며 지난 4월 멕시코정부가 미국 록히드 마틴으로부터 12억 달러(약 1조3000억 원)를 들여 MH-60R 헬리콥터 8대를 구매하기로 한 계획은 취소했다. 당선인 측은 또 취임 직후 모든 공무원에 대해 재산 공개를 요구하고 부정부패를 단속하는 등 대대적 개혁에 착수할 것을 천명했다. 그의 지지자들은 공무원과 정치인에 대한 국제투명성기구 부패지수 조사 결과 멕시코가 180개국 중 135위를 차지한 사실을 지적하며 환영 분위기다.

하지만 로페스 오브라도르 당선인의 강한 개혁 드라이브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엘 피난시에로는 ‘한 국가, 두 명의 대통령’이란 특집 기사를 통해 “로페스 오브라도르는 모든 정치적 문제에 즉각 영향을 미치는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는데 아직 취임하지 않은 대통령의 발언에 너무 많은 힘이 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