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6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은행에서 김동연(왼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조찬 회동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 정부 긴급대책 검토

신용카드 수수료율 재산정
임차계약 10년으로 연장 등

소상공인들 반발 무마 위해
기업·건물주 부담만 늘리기

규제완화는 여전히 제자리
“기업을 개혁 대상으로만 봐”

정부가 2년 연속 10% 이상 증가율을 보인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을 줄이기 위해 긴급 처방을 검토 중이지만, 지원책 대부분이 결국은 기업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재계에서는 “사고는 정부가 저지르고, 뒷수습을 또 기업들에 떠넘기고 있다”는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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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지원대책, 기업 부담으로 = 16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노총이 합의한 최저임금 제도 개선안에는 다수 중소사업자가 대기업에 단가 인상 요구 등 공동행위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안과 프랜차이즈 가맹 수수료 인하, 상가 임대차 계약 갱신 청구권 연장 등 내용이 담겼다. 대부분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최저임금 지원대책들과 대동소이하다.

실제, 금융당국은 영세 자영업자를 위해 신용카드 수수료율 재산정 작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대책이 시행될 경우 신용카드사 등 금융사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금융위원회는 기획재정부, 여신금융협회 등과 신용카드 수수료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종합적인 개편 방안을 마련해 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1월 중 전반적인 수수료율 조정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영세 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신용카드 가맹점 대금 지급주기를 하루 앞당기는 방안도 추진된다. 가맹점에서 신용카드를 반드시 받도록 하는 ‘의무수납제’를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국회에는 24건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골자는 임차인의 계약 갱신 청구권을 기존 5년에서 10년까지 연장하는 것이다. 건물주가 재건축·철거 등을 이유로 임대차계약 연장을 거절할 경우 영업시설 이전 비용을 보상해주는 ‘퇴거보상제’를 골자로 하는 개정안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노동계에서는 프랜차이즈 본점의 가맹 수수료 인하 등도 요구하고 있고, 정치권에서 노동계의 요구를 수용해 기업에 압박을 가하는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법이나 가맹점주의 부담을 낮추기 위한 법 개정에 나서는 것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하청업체나 상공인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대응책이다.

◇‘기업 규제’는 그대로 = 문제는 정부가 들여다보고 있는 최저임금 지원대책 대부분이 기업의 추가 부담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나 프랜차이즈 가맹 수수료 인하, 건물 임대료 인상 억제 등 지원책은 기업이나 건물주 등의 희생을 전제로 한다.

이에 반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기업의 부담을 덜어줄 지원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조차도 최저임금이 고용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하면서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기업 지원책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유통기업들의 고용창출 등을 방해하는 유통법과 상생법 등 이중규제에 대한 제도 개선이나 원격의료 허용,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병원) 허용, 관광산업 규제 개선, 금융시장 진입규제 완화 등 재계의 규제 개선 건의 등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응답이 없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 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결국 기업을 개혁의 대상으로 보는 현 정부의 시각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이것이 개선되지 않는 한 기업에 우호적인 정책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환·김윤림·김만용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