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불을 내 3남매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엄마에게 징역 20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법원은 실화였다는 20대 엄마와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방화로 판단했다.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 송각엽)는 13일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정모(여·23)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자녀들은 물론 다수의 입주민이 잠든 새벽 시간에 불을 냈고, 어린 자녀들이 사망에 이르는 결과를 낸 점에 비춰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사건 이후 합리적인 설명 없이 변명으로 일관하고 반성도 하지 않고 있어 이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 씨가 미필적으로나마 살인의 고의를 가지고 방화한 것으로 판단했다. 실화였다는 A 씨와 변호인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 △“작은 방 바깥에서 불길을 발견했다”는 A 씨의 주장과 달리 감정 결과에서는 ‘작은 방 출입문 안쪽 바닥에서 발화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온 점 △화재 상황에 대한 A 씨의 진술이 오락가락한 점 △실험 결과 담배꽁초나 담배 불똥이 (같은 종류의) 이불에 떨어져 발화되기는 어려운 것으로 나온 점 △A 씨가 입고 있던 스타킹이나 치마에서도 열에 의한 변형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들었다.

재판부는 또 “화재 발생 초기 손쉽게 불을 끌 수 있었을 것이지만 불을 끄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119나 112에도 즉시 신고하지 않았다. 당시 A 씨가 술에 취해 있었던 것은 인정할 수 있지만 여러 정황 등에 비춰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다고는 인정되지 않는다”며 A 씨와 변호인의 주장을 배척했다.

재판부는 다만 “어린 나이에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웠고, 이혼 등으로 인한 불행한 처지를 비관해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 소중한 자식을 잃었고 전 남편이 선처를 호소하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2시 26분쯤 광주 북구 두암동 모 아파트 자신의 집에서 4세·2세 아들, 15개월 딸 등 3남매가 자고 있던 작은방에 불을 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광주=정우천 기자 sunsh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