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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숲을 찍은 위성사진을 보면, 전 지역이 녹색인 남한과 달리 북한은 산세가 험한 일부 지역만 녹색으로 나타나 크게 차이가 난다. 그만큼 북한의 산야가 황폐화한 것이다. 이렇듯 헐벗은 산을 우리는 ‘민둥산’이라 하고, 북한은 ‘빈산’이라 한다.

‘민둥산’이라는 단어는 오래된 문헌에 보이지 않는다. 이보다 먼저 ‘믠뫼’와 ‘믠산’이라는 단어가 옛 문헌에 보인다. ‘믠뫼’와 ‘믠산’은 ‘믜다’의 관형사형인 ‘믠’과 명사 ‘뫼(山)’와 ‘산(山)’이 결합된 어형이다. ‘믜다’는 주로 ‘머리가 빠지다’란 의미로 쓰였으나 ‘믠뫼, 믠산’에서 보듯 ‘나무가 없다’는 의미로도 쓰였다. 현재 ‘믠뫼’와 ‘믠산’은 모두 사라지고, 이에 대응된 한자어 ‘독산(禿山)’만 남아 있다. ‘독산동(禿山洞)’의 ‘독산’이 그것이다.

‘민둥산’은 20세기 초의 ‘新字典’(1915)에서나 ‘민동산’으로 보인다. 이 자전에서는 ‘童(동)’에 대한 새김으로 ‘아이’ ‘웃둑웃둑하다(우뚝우뚝하다)’ ‘민동산’의 세 가지를 들고 있다. ‘童’에 ‘아이’라는 의미만 있는 줄 알았는데, ‘민둥산’이라는 의미도 있다니 놀라울 뿐이다.

‘민동산’은 ‘믠동산’에서 제1음절의 모음 ‘ㅢ’가 ‘ㅣ’로 변한 어형일 것이다. ‘조선어사전’(1920)에 ‘ㅢ’를 유지한 ‘믠둥산’이 나오고 있어 의심의 여지가 없다. ‘믠동산’의 ‘믠’은 앞서 언급한 ‘믠뫼, 믠산’의 그것과 같은 것이다. 문제는 ‘동산’인데, 이는 다름 아닌 ‘초목이 없는 황폐한 산’을 가리키는 ‘童山’이다. ‘童山’은 익숙하지 않은 한자어지만 옛 문헌에도 제법 나오며 현대국어사전에도 올라 있다. ‘童山’만으로도 ‘민둥산’을 지시할 수 있는 터에, 굳이 ‘믠’을 덧붙인 것은 일종의 강조 용법으로 볼 수 있다. 아니면 ‘믠뫼, 믠산’에 이끌린 결과로 볼 수도 있다. ‘믠동산’이 ‘민동산’을 거쳐 ‘민둥산’으로 정착한 것이다. ‘민둥산’의 어원이 이제야 풀린 셈이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